일명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구속·사진)이 전 남편 강모씨(36)와 결혼 생활 당시 ‘흉기로 자해’하는 등 정신질환 증세가 의심돼 병원 치료를 권유받았다. 그러나 고유정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신문은 고유정과 강씨 잘 아는 복수의 지인을 통해 고유정과 강씨의 결혼 생활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서울신문에 “2015년 12월쯤 고유정이 외출 후 귀가하지 않자 강씨가 고유정에게 전화해 ‘아이가 엄마를 찾아 보챈다’며 귀가할 것을 권유했다"며 "당시 자정이 넘어 귀가한 고유정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는 등 자해행위를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에 따르면 당시 고유정은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자신의 목에다 대고 “죽어 버리겠다”고 위협했고, 강씨가 만류하자 흉기를 강씨에게 내밀며 자신을 죽여 달라고 난동을 부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동 후에 고유정은 집과 자동차의 열쇠를 빼앗은 후 강씨를 집 밖으로 쫓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강씨가 고유정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처가에 알리고 병원 치료를 설득해달라고 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또 고유정이 ‘아이를 잘 재우지 못한다’ 등 평소 엉뚱한 이유를 대며 순간적으로 폭언과 폭행하는 등 잦은 분노조절장애 의심 증세를 보였으며, 이에 강씨는 병원 상담과 치료 등을 계속 권유해 왔다. 그러나 고유정은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고유정이 아이가 보는 앞에서도 강씨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등 폭언과 폭행이 갈수록 심해져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인도 “고유정이 집에서 조리하지 않고 거의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편의점에서 사서 먹었는데 뒤처리를 하지 않아 남은 음식이 썩어갔다. ‘집이 쓰레기장’이라는 강씨의 하소연을 듣고 고유정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2016년 6월쯤 자신의 도장이 찍힌 이혼서류를 먼저 내밀며 강씨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했고, 강씨도 고심끝에 이혼에 동의하고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이혼을 요구하던 고유정은 강씨와 연락을 끊어버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씨는 더 이상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고유정의 이상 언행은 결혼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고유정과 강씨 지인 A씨는 중앙일보에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이지만 신혼여행 때부터 공항에서 크게 싸우는 일이 생겼다”라며 “신혼여행을 마치고 해외에서 귀국하는 날 고유정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왔을 때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고유정이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못 산 게 있다며 면세점에 갔고 이후 강씨가 가야 한다며 고유정을 재촉했으나 고유정은 강씨에게 소리 지르며 화를 냈다. 이 매체는 강씨 주변 사람들 지인을 토대로 결혼 직후부터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됐다고 봤다.
고유정과 강씨는 같은 대학 CC로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 6년간 연애를 통해 결혼했으나 격분하면 폭력 성향이 심해지는 고유정을 못 견딘 강씨가 이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이혼에 합의했다. 지난달 25일 강씨는 소송 끝에 면접교섭권을 얻어 2년 만에 자신의 아들을 이혼 후 처음으로 만났으나 그날 고유정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고유정은 지난 1일 강씨에 대한 살인, 사체 손괴, 사체 은닉 등의 혐의를 받아 긴급 체포된 뒤 구속 송치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살림살이와 육아와 자신이 도맡아 했는데 강씨가 그런 자신을 무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지난 11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유정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았고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고유정이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피해자인 전 남편에게 극도로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러한 특이성을 가진 여자 살인범 중에는 배우자를 굉장히 잔혹하게 살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유정은 모든 불행의 시작을 전 남편이라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높다”라며 “전 남편과 이혼한 후 고유정은 제주도와는 인연을 끊고 살고 싶었는데 전 남편이 아들의 면접 교섭권 소송을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그것으로 아마 굉장히 격분하고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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