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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 노출은 없어”, “튀기”… 논란만 더 키운 '해명'들

입력 : 2019-06-26 15:00:00 수정 : 2019-06-26 14: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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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임효준·익산시장 등 해명 ‘역효과’

‘해명’(解明). 까닭이나 내용을 풀어서 밝힌다는 뜻이다. 주로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 해당 발언·행동이 나온 배경 등을 설명해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일부 해명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기도 한다. 26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임효준(23·고양시청)씨와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민주평화당)의 해명이 그 예다.

 

◆동성 선수 성희롱에 “장난… 성기 노출은 X”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이자 메달리스트들인 임효준(왼쪽)과 황대헌. 뉴시스

 

임씨의 ‘동성 선수 성희롱’ 논란은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동반 암벽등반 훈련을 한 지난 17일 벌어졌다. 임씨는 당시 앞서 암벽을 오르던 후배 황대헌 선수의 바지를 벗겼고, 이후 황 선수가 극심한 모멸감을 느껴 코칭스태프에게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는 연맹에까지 보고됐고, 남자 8명과 여자 8명 등 대표 선수 16명 전원이 한 달간 선수촌에서 쫓겨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선수 모두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데다 임씨가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불렸던 만큼 논란이 급속히 확산했다. 특히 여자 대표팀 사제간 성폭행 파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쇼트트랙이 ‘엘리트 스포츠’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우승한 임효준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씨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는 “암벽 등반 훈련 도중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임효준이 조금 과격한 장난을 한 것 같다. 상대방이 기분이 나빴다면 분명 잘못한 일이다. 황대헌 선수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암벽에 올라가는 황대헌을 끌어내리려다 바지가 내려가 엉덩이 절반이 노출된 것이지 성기가 노출되지는 않았다”며 “사건도 훈련 중이 아니라 휴식 시간에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이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임씨 측의 이런 해명과 관련해 “성폭력을 장난으로 치부해도 되느냐”거나 “실력보다 인성을 먼저 키워라”, “치졸한 변명으로밖에 안 들린다”는 등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월에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건우 선수가 진천선수촌에서 여자 숙소를 무단으로 드나들었다가 적발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이 다문화가족 행사서 “잡종 강세” 발언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을 위한 행복 나눔 운동회’에서 한 축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행사에는 베트남·몽골 등 9개국 출신 다문화가족 6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은 전북에서 전주 다음으로 다문화가정이 많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25일 익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익산시 제공

 

논란이 일자 정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잡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당신들이 잡종이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다문화가족들을 띄워 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선출직 공직자가 다문화가족들을 가리켜 튀기라는 비하 표현을 쓴 게 더 큰 문제”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해명 발언이 되려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는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이 차별에 기반을 둔, 다문화가족 자녀를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며 “한국 사회에 사는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며 “정 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이 익산시청 앞에서 익산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결국 정 시장은 기자회견 자리에 나타나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들은 “정 시장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 차별 발언을 하지 않겠다면 그 각오로 인권 교육을 받을 것을 약속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시장은 “검토를 해봐야할 것 같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평화당 전북도당 역시 사과문을 내어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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