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김성준 전 SBS 앵커(두 번째 사진)가 6년 전 자사 방송에서 한 사진 촬영 관련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앵커는 지난 2013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땡큐’에서 배우 김지수, 개그맨 남희석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초대된 유명 인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프로그램인 ‘땡큐’에서 김 전 앵커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이에 김지수가 “사진 찍는 거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굉장히 좋아한다. 열심히 찍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앵커는 “일단 실력이 안 된다. 모델 해줄 사람이 없다”며 기습적으로 옆에 있던 김지수의 사진을 찍었다.
이에 방송 하단에는 ‘불쌍한 척 기습 몰카? 성공’이란 자막이 등장하고, 김 전 앵커는 “이제까지 내가 찍어봤던 여자 중에서 우리 딸을 제외하고 가장 미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김 전 앵커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카메라는 내가 찍고 싶은 장면이 나왔을 때, 그 순간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라며 자신의 사진 촬영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음에도 그의 범행 내용을 연상시키는 탓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영등포경찰서는 김 전 앵커를 성폭력범죄 처벌특별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55분쯤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 전 앵커는 만취 상태로 역사 밖으로 도주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으며, 당시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휴대전화에서 몰래 찍은 여성 사진이 발견됐다.
이후 김 전 앵커는 SBS에 사직서를 냈고 이날 바로 수리됐다. 그가 진행하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인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는 폐지됐다.
김 전 앵커는 “물의를 빚어서 죄송하다”라며 “저 때문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과 가족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제 가족과 주변 친지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제가 직접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습니다.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땡큐’ 방송화면 갈무리, SBS 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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