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정책서인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11일 공개하면서 “유엔사는 전력제공국(6·25 전쟁 참전국들)과 국제 파트너와의 연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엔사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의 의중에 따라 유엔사도 역할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에 실질적인 역할을 넘기고 정전협정 관리 등의 업무만 수행했던 유엔사가 회원국을 늘리고, 참모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재활성화에 나선 것은 동북아 방위 부담 경감과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엔사 전력제공국 규모를 늘리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전달할 수 있다. 미국이 전적으로 떠맡아온 한반도 방위 부담도 다소나마 경감될 수 있다.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가 한국군 대장이 수장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될 경우, 형식적으로는 미군이 미래연합사의 통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유엔사 기능이 강화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 주요 전략자산은 미군에 속해있다. 이들 전력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유엔사의 기능 중 하나다. 한·미 연합지휘체계가 우리측 의도와는 달리 미래연합사-유엔사 체제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유엔의 상징성까지 더해지면 한국이 유엔사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전작권 전환이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여 문제는 한·일 관계와 맞물려 있어 예민한 문제다. 유엔사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 군수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정식 회원국이 될 경우 유엔사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부정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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