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연이어 만났다. 관심을 끈 한·일 갈등과 관련해 볼튼 보좌관이 전한 미측 메시지를 종합하면 한·일 간 ‘외교적 대화’를 촉구하되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볼턴 보좌관은 올해 하반기 재개 예정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의제로 꺼냈다.
◆볼턴, 한·일 갈등 관련 ‘중재’보단 ‘권고’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 만남 뒤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과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일 관계를 의미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인데, 일본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신중한 표현을 썼다.
외교부는 강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만남 뒤 보도자료에서 “한·미, 한·미·일 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함을 재확인했다”며 “한·일 간 추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기본 인식에 따라 미국 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포함해 향후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하기보다는 확전을 막아 달라는 ‘권고’를 한·일 양측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해서는 정 실장이 먼저 설명했고, 볼턴 보좌관은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도 양측이 공감했다.
고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안보 협력과 관련해 “양측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와 관련해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어진 정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만남에선 관련 논의가 없었으며, 관심이 집중됐던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얘기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행된 강 장관의 만남에선 강 장관이 먼저 “이 지역(호르무즈 해협)을 안정시키려는 볼턴 보좌관의 리더십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도 의제로
볼턴 보좌관은 이번 방한에서 “미국과 한국의 목표는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킨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각 회동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얘기도 함께 꺼냈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양측은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올해 초 1년짜리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합의했고, 내년부터 다시 협정이 공백인 상황이어서 협상을 곧 시작해야 한다. 이날 오간 얘기는 원론적 언급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으나, 지난해 총액 인상 등을 미국이 주장했던 만큼 협상 시작 전 압박으로 비칠 여지도 있다.
이날 각 회동에선 미국 측에서도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얼 매슈스 NSC 국방정책전략담당 선임 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 한반도 관련 미 당국자가 총출동했다. 볼턴 보좌관은 오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도 비공개로 만났다.
홍주형·김달중·박수찬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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