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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전시 중단…"과거사 상처에 소금 뿌린 일본" [특파원+]

, 日 '경제 보복' , 특파원+

입력 : 2019-08-04 18:59:19 수정 : 2019-08-04 18: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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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 트리엔날레’ 출품作 사흘 만에 철거 / 아베 정권·우익 협박에 전격 결정 /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 / 일본펜클럽, 전시 재개 촉구 성명 / 아사히신문 등 언론도 강력 비판 / 韓 시민단체가 獨에 보낸 소녀상 / 日측 요구로 전시 제외도 드러나

 

일본 정부와 우익이 일본 국내외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나 전시 제외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올려져 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일본 정부와 우익의 전시 중단 요구를 받고 전날 전시장 문을 닫았다. 나고야=연합뉴스

일본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은 4일 1면 기사를 통해 일본 정치인과 우익의 협박으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된 것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에서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3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미술행사) 2019’에서는 소녀상 전시가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展)이 외부 압력에 3일 중단됐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이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중단 소식을 4일자 1면에 전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앞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전시회에 대해 “보조금 교부 결정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밀히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압박했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행정의 입장을 뛰어넘은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전시회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에게 보냈다. 자민당의 극우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副)장관을 만나 “일부 전시는 표현의 자유를 내건 사실상의 정치 선전으로, 공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평화의 소녀상'' 등 전시를 중단한 것에 항의해 본전시에 참여한 박찬욱·임민욱 작가가 4일 작품 자진 철수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두 작가의 전시장에 붙이려던 ''검열에 반대한다''라고 쓴 행사 소식지. 연합뉴스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예술감독은 2일 기자회견에서 “테러 예고와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술제 개막 후 항의 전화와 이메일은 1400여건에 달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전시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비열한 협박성 전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향후 전시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본펜클럽은 성명을 통해 “동감이든 반발이든 창작과 감상의 사이에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예술의 의의를 잃어버려 사회의 추진력인 자유의 기풍도 위축시켜 버린다”면서 전시 재개를 촉구했다.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자 본전시에 참여한 다른 한국인 작가 2명도 작품 자진 철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 문화예술센터 밖에서 일본인들이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중단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압박에 독일에서는 10㎝도 채 안 되는 소녀상마저도 철거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페어반트(Korea Verband) 한정화 대표는 2017년 초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 작은 소녀상을 선물해 전시했다. 이후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 측이 지난해 1월쯤부터 주 당국과 기념관을 상대로 항의하자 결국 전시에서 제외됐다. 지난 2일에는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이 시작한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되자 주독 일본대사관이 전시관 측에 2015년 12·28 합의문이 첨부된 공문을 보내 전시 제외를 압박하고 있다.

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 그 후'' 폐쇄된 전시장에 관람객과 작가, 경비인력이 모여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에서 여러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사흘 만에 중단됐다. 연합뉴스

하네스 모슬러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교수는 3일 이와 관련해 “예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압력을) 수용하게 되는 것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과거사가 다 해결됐다는 입장인데, 과거 만행의 청산 문제를 법리로만 따지는 것은 독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일본 행태는) 과거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며, 과거는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사죄해야 한다. 이웃 피해국에 대한 사죄는 현재와 미래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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