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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이 된 쪽방… 먼지 낀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토해내 [밀착취재]

입력 : 2019-08-05 19:34:52 수정 : 2019-08-05 2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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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돈의동 737가구 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 한평짜리 방엔 겨울이불·휠체어… / 거동 불편 당뇨 환자 ‘폭염 사투’ / 92세 할머니 “낮엔 밖서 더위 피해” / 7월달 쓰러져있던 폐렴환자 구조 / 쪽방 상담소는 업무량 폭주 호소 / 5일 경기 안성 한낮 최고 40.2도

“다리가 불편해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더위를 어찌 견딜지 걱정이지.”

경기도 안성(고삼면)의 한낮 최고 기온이 40.2도까지 올라가는 등 올여름 절정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조모(70)씨는 “앞으로 한 달간 이어질 더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두 평 남짓한 조씨의 쪽방에 들어서면 지난겨울을 나기 위해 사용했던 이불과 옷가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조씨가 이동을 위해 사용하는 휠체어까지 쪽방 한편을 차지하는 탓에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은 더욱 답답해 보였다. 먼지 낀 선풍기가 부지런히 돌고 있지만, 쪽방 안의 후텁지근한 공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데다 당뇨병까지 앓아 그에게 폭염은 말 그대로 ‘살인적’일 수밖에 없다. 조씨는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 같아 고달픈데 더위까지 버티려니 답답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조모(70)씨 방 안의 온도가 35.8도까지 올랐다.

찜통더위가 이어진 이날 오후, 돈의동 쪽방 주민 5명은 쪽방 안의 더위를 참지 못하고 골목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했다. 손에 부채 하나씩을 쥔 주민들은 더위를 참기 힘들다는 듯 연신 부채질을 이어갔다. 한 평 내지 두 평 남짓한 쪽방 737개가 밀집해 있는 돈의동 쪽방촌에는 현재 546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올해 92세인 김모 할머니는 “더위 때문에 낮에는 쪽방 안에 있지 못한다”며 “이웃들과 함께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지낸 지 벌써 10년이 지난 김 할머니에게도, 매년 반복되는 폭염은 여전히 버겁다. 김 할머니는 “그나마 근처 상담소에서 건강을 챙겨주는 덕분에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였던 지난달 23일 폭염 특별대책반이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방 안의 더위를 피해 골목으로 나온 김모(92) 할머니에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처럼 폭염의 위협에 노출된 쪽방주민·노숙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폭염 대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대책반의 주된 업무는 하루 3∼4회 정도의 정기 순찰이다. 특히 고령자나 중증 질환자처럼 언제, 어디서 폭염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는 고위험군은 따로 선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평소 폐렴을 앓던 이모(54)씨의 쪽방을 방문한 특별대책반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씨를 발견했다. 재빨리 이씨의 상태를 확인한 간호사가 응급처치 후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최영민 돈의동쪽방상담소장은 “특별대책반이 당시 순찰을 가지 않았다면 이씨가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돈의동 쪽방상담소의 경우 500여명의 쪽방 주민들을 직원 6명이 주말까지 관리해야 하다 보니 격무에 시달리기 일쑤다. 과도한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잦다. 최 소장은 “올해에만 직원 3명이 바뀌었다”며 “쪽방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지만, 아무래도 지난여름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쪽방 주민을 위해 희생하는 상담소 직원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단기간의 근무여건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담소의 복지 수요나 인력 충원 필요 여부 등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은 차후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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