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같은 일본 기업인 신발 편집숍 ‘ABC마트 코리아’(이하 ABC마트)는 선방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 ABC 마트 본사가 지분 99.96%를 투자한 사실상 일본 기업임에도, 아직 대중에게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지 않아서다.
◆서경덕 교수, “ABC마트는 욱일기 광고를 노출한 일본 기업”
6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ABC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이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에 비해 잘 안되고 있다"며 “ABC마트가 일본 기업인 것 자체가 많이 안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10대 등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고, 글로벌 신발 브랜드를 모아 팔고 있으며, 상표명에 영어가 들어가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일본’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으로 많이 오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쯔비시 등과 같이 전범 기업이나 우익 기업으로 거론된 적도 없어서 ‘ABC마트=일본 기업’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 ABC마트는 2002년 한국에 진출한 뒤 일본색을 뺀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ABC마트는 일본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꺼려 했다”며 “특히 일본이 연상되는 광고는 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교수에 따르면 ABC마트도 욱일기(전범기)가 노출된 광고를 해왔다. 서 교수팀은 이 같은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했다.
서 교수는 “ABC마트의 스토어인 ‘메가스테이지’에서는 욱일기(전범기)가 담긴 광고를 영상으로 노출하기도 했다”며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에 대해 많이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ABC마트가 일본 기업이라는 내용의 글과 욱일기가 노출된 ABC마트의 메가스테이지 광고 사진을 게재했다.

◆ABC마트란?…일본 기업 15곳 중 소비자 피해 최대
ABC마트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신발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볼 수 있으며, 일반 신발 가게보다 저렴한 가격 등으로 10∼20대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신발 유통업계에서 점유율 50%를 차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전국에서 253곳이 영업 중이며,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년대비 7.7% 늘어난 5114억원,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결국 ABC마트의 이러한 국내에서의 선전은 결국 일본에 혜택이 돌아갔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ABC마트는 일본 ABC마트 본사에 로열티 등으로 총 124억원을 지급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3년간 ‘일본상품 피해 접수 현황’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일본 업체 15곳(1134건) 중 ABC마트가 680건(60%)으로 가장 많은 구제 신청이 접수됐다. 데상트 175건, 소니코리아 58건, 유니클로 49건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구제신청 이유별로는 ‘품질·A/S 관련’이 1037건(91.4%)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처리 결과는 ‘교환’을 통해 350건이 합의돼 가장 많았고, ‘정보제공 및 상담기타’ 등에 머물러 피해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가 346건이었다. ‘환급(환불)’은 325건으로 집계됐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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