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년 목포진이 설치된 이후 약 600년 항구도시의 역사를 이어온 목포. 서해안 끝자락에 위치해 유달산, 노적봉과 같은 천혜의 자연 자원은 물론 바닷속에 잠겨 있는 수중 문화유산을 발굴해 전시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또 근대 통상 항만의 역사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의 생활사를 볼 수 있는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과 함께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홍탁삼합, 버릴 게 없는 쫄깃한 민어, 먹갈치, 덕자(병어) 등을 맛보면 목포의 맛과 멋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서른한 번째 목적지는 목포다.
#일제강점기 생활사 담긴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한국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가장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대는 일제강점기일 것이다. 목포는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당한 한국의 역사가 보존되어 있는 도시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가면 개화기부터 6·25 전후까지 일제의 수탈 아래 설립된 건축물, 시설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구 목포 일본영사관부터 목포부청 서고, 방공호,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 번화로에 있는 일본식 가옥 등 조금은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건물들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의 생활사적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약 15개의 공간이 개별문화재로 지정되어 근현대를 관통하는 목포의 역사문화와 생활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아이유 주연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배경으로 나오기도 해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뼈아픈 역사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난파선 박물관,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목포 하면 생각나는, 1942년 이난영이 발표한 ‘목포는 항구다’는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다. ‘유달산 잔디 위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추억의 고향. 여수로 떠나갈까 제주로 갈까 비 젖은 선창머리 돛대들 달고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고향.’ 바로 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그리움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다. 목포 갓바위 문화의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전시관은 국립 박물관으로 700년 만에 바다에서 건진 신안선의 파편을 모아서 배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고, 배에서 운반하던 중에 파묻힌 부러진 숟가락, 깨진 그릇들뿐만 아니라 화려한 그 시대 부자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유물들도 찾아볼 수 있다.
#목포가 자랑하는 아홉 가지 맛
목포는 서해에서 육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오래전부터 매일 수백 척의 고깃배가 드나들고, 파도 위에 있는 시장인 ‘파시’가 있을 정도로 풍부한 해산물과 식재료를 만날 수 있어왔다. 그중에서 목포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아홉 가지 목포의 진미를 소개한다. 첫번째는 세발낙지. 갯벌 속의 인삼이라고 불리는 세발낙지는 목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토산품 중 하나다. 발이 가늘다는 뜻의 세발낙지는 통째로 먹을 수도 있지만, 육회와 전복과 함께 먹는 낙지탕탕이, 기다란 막대에 감아서 매콤한 양념에 구워 먹는 낙지호롱이 등이 있다. 두번째는 홍탁삼합. 묵은지같이 아주 잘 삭힌 홍어에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를 함께 얹어 삼합을 만든 뒤 목포 생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김치의 산도가 홍어의 콤콤한 맛을 잡아주고,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육질이 입안을 감싸준다. 세번째는 민어. 여름이 제철인 생선으로 회뿐만 아니라 껍질, 부레, 뱃살, 지느러미 어디 하나 버릴 곳 없는 보물단지다. 일주일간 갯바람에 말려 찜으로 요리하거나 멸치, 무, 대파 등을 넣어 탕으로 먹어도 제맛이다. 또 매콤달콤한 밥도둑, 꽃게무침이 있고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먹갈치도 있다. 특히 10월의 목포 갈치는 육고기보다 맛있고, 갈치의 빛나는 은비늘은 황소보다 값어치가 높다고 할 정도로 산란을 앞둔 10월의 갈치는 목포의 별미다.
덕자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처음 듣는 사람은 여자이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덕자는 병어를 일컫는 말이다. 여섯번째 목포의 진미인 병어는 비늘이 없는 생선이다. 그래서 표면이 매끄러운 흰살생선인데, 뱃살은 회로 먹고, 등살은 찜으로 먹는다. 전라도식으로 회를 먹는 방법은 깻잎 위에 병어회와 따뜻한 흰 쌀밥, 된장, 다진 마늘, 참기름을 비벼 만든 양념장을 올려 한 입에 싸먹으면 고소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일곱번째는 준치.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준치는 맛이 좋기로 소문났는데, 무침으로 먹으면 막걸리나 소주와 잘 어울리는 진미다. 여덟번째는 아귀. 참 특이한 생선이다. 워낙 못생겨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입맛이 도는 생선은 아닌데 찜이나 탕으로 먹으면 그 보드라운 살결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아홉번째 진미는 우럭간국. 조피볼락이라고 부르는 우럭은 오래전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던 생선이다. 목포의 어느 횟집에 가도 우럭은 기본으로 먹을 정도로 횟감의 대명사고, 회를 먹고 난 뒤에 맑은 국물에 우럭을 넣어 끓여내면 시원하고 깊은 맛이 여행의 피로를 싹 씻어준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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