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이 9월 1일 강행하려던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다. 지난달 상하이(上海) 협상 결렬 이후 환율 부분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난타전 양상으로 흐르던 양국 간 경제전쟁이 일단 완화됐다. 오는 9월 워싱턴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며 대상 품목은 휴대전화, 노트북(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PC 모니터 등이라고 제시했다. 특정 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의류도 대상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부과도 다소 연기될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 31일 상하이 협상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자, 9월 1일 자로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반격을 가해 양측 간 갈등이 증폭됐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단 9월 워싱턴 협상을 앞두고 양측이 소통을 재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와 미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통화한 직후 관세유예 조치가 발표됐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양측 고위급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향후 2주 내 추가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격적 조치에는 국내 사정과 향후 대중 협상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개학철 학용품 구매와 크리스마스 쇼핑 등 연말 4개월간 미국 소비자의 혼란이나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적 요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부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경우를 대비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관세 10% 부과 유예를 통해 중국 측 반응을 끌어내고 9월 워싱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현지 미언론은 “중국과의 협상 재개와 함께 (관세 부과) 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환율 부분으로 전선이 옮겨가면서 9월 무역협상 재개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중국 상무부가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양국이 다시 소통을 재개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상무부는 2주 후 다시 통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 바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으로서는 9월 워싱턴 협상 재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미·중은 추가 전화 접촉을 통해 워싱턴 협상 주요 쟁점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 간 양보하거나 상대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서로 확인한 뒤 오는 9월 워싱턴 협상에 나설지를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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