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를 통한 ‘극일(克日)’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며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한 성원도 보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으면서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단’을 극복해낼 때 비로소 우리의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8000만 단일 시장을 가진 세계 6위권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며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경제’ 개념을 규정해 주목됐다.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인해 평화경제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나오는 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평화경제를 비난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을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 초반 김기림의 ‘새나라 송(頌)’에 나오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인용하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며 이를 위해 △경제강국 △교량국가 △평화경제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며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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