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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자유를 원한다”…전쟁터로 변한 8월 마지막 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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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1 14:22:01 수정 : 2019-09-01 15: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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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물대포 장갑차·최루탄 이용… 시위대 강제 해산 시도 / 시위대, 방어선 구축·도로에 불 지르며 경찰 진입 방어 / 민간인권전선, 시위 취소했지만 시민들 아랑곳 않고 결집
31일 밤 7시 40분 무렵 시위대가 완차이역 인근 오조호텔 앞에서 구축한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러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우리에게는 지도자가 없다. 우리가 모두 지도자다.” “실명한 한쪽 눈을 돌려달라”, “홍콩 개혁과 홍콩의 자유를 원한다”, “홍콩 화이팅” 

 

31일 홍콩의 8월 마지막 밤은 마치 ‘시가전’을 방불케한 전쟁터로 변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홍콩의 개혁과 홍콩의 자유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저녁 무렵 강경 진압을 시도했다. 경찰은 물대포 장갑차를 출동시키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경찰 진격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의 강제 진압을 저지했다. 

 

31일 차터가든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31일 오후 센트럴역 인근 도로, 차터가든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도로로 나와 셩완역 인근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오후 5시 30분 홍콩정부 청사 인근 경찰 첫 강경 진압 시도 

 

경찰의 강경 진압은 오후 5시 30분 무렵 홍콩정부 청사 인근에서 시작됐다. 흥분한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5대 요구조건 수용을 촉구하면서 시위가 열기가 점점 고조되던 순간이었다. 일순간 방어적이던 경찰 부대 쪽에서 최루탄이 시위대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강경 진압이 시작된 것이다. 뿌연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올랐고, 무장한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경찰 진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퀸즈웨이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물러섰다.

 

완차이역 경찰청 본부 앞. 시위대의 경찰청 본부 진입을 경계하는 홍콩 경찰.

앞서 시민들은 이날 오후 3시 차터가든 공원에서 13주차 집회를 개최했다. 이미 민간인권전선이 31일 시위를 취소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날 오후 2시 무렵부터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3시 무렵에는 차터가든 공원이 시민들도 가득 채워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계속 홍콩 도심 동쪽 지역으로 물러나는 시위대.

이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공식 폐기 등 5가지 요구조건을 들어 달라며 구호를 외친 뒤, 3시 30분부터 센트럴 역을 지나 셩완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셩완역 지역에는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있다.  

 

저녁 8시 무렵 도로 너머로 홍콩 경찰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편 시위대를 향해 경찰무장 부대가 진입하고, 뒤를 이어 장갑차와 물대포 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대, 완차이역 앞 최후 방어선 구축……. 도로에 불 질러 경찰 진입 방어 

 

계속 동쪽으로 밀리던 시위대는 이날 오후 7시 무렵 경찰청 본부가 있는 완차이역 오조호텔 앞에서 다시 대형 바리케이드를 치고 최후 방어선을 구축했다.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흡사 전투를 치르기 전 군인처럼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됐다. 

 

경찰청 본부로 통하는 도로에 철제 바리케이를 설치해 경찰 진입을 막고, 또 6차선 메인 도로를 철제 기구와 벽돌, 타이어 등으로 막아 바리케이드를 구축했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31일 저녁 7시 무렵, 완차이역 오조호텔 앞에서 시위대가 경찰의 진입에 대비해 바리케이드 등을 구축하고 최후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의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홍콩 경찰은 인근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소개 지시를 했다. 특히 경찰청 본부 앞 육교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에게 무장 경찰 두 명이 올라와 신분증을 확인한 뒤 모두 이곳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이윽고 7시 30분이 넘어가면서 경찰 진압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대는 오조 호텔 앞에 설치한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렀다. 경찰의 진압을 막고, 결사 항전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불길은 호텔 정문 앞으로 번지면서 일촉즉발의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텔 내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소방관들도 긴급 출동했다. 호텔 투숙객들이 급히 로비로 나오기도 했다.

 

31일 밤 7시 40분 무렵 시위대가 완차이역 인근 오조호텔 앞에서 구축한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러 경찰의 진입을 막았다.

방패를 앞세운 경찰 진압부대가 다가오자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졌다. 5 6개의 화염병이 눈앞으로 날아갔다. 이날 밤 경찰과 시위대 간 주력 부대의 마지막 충돌이었다. 

 

지난 30일 경찰은 홍콩 사회운동가 등 시위 주도자들을 전격적으로 체포하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지도자들을 체포해 집회와 시위가 사전에 개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민간인권진선이 폭력 사태를 우려해 31일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지만 수십만의 시민들이 집회 취소와 경찰 강경 대응 예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 대학생은 “집회 취소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1일 홍콩 국제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차단하고,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통해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홍콩=글·사진 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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