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지표를 놓고 청와대가 15일 “고용개선이 모든 분야와 연령대에서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수치가 애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새로 늘어난 취업자의 90%가량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채워진 데다가 구직단념자 숫자도 역대 최대치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지표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소개하며 “고용회복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황 수석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증가했으며, 이는 201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라며 “실업률도 1.0%포인트 하락한 3.0%로 8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은 이어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고용개선이 특정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라며 “현재 1~8월 평균 취업자 증가는 24만9000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만명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당초 연간 취업자 수 증가 규모를 월평균 15만명으로 전망했다가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 때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고용지표와 관련해 지난 11일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나온 의미 있는 변화”라며 “그간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온 만큼, 이런 정책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고용지표를 뜯어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취업자 수 급증은 최악의 고용상황(취업자 수 증가 3000명)을 보였던 1년 전 수치에서 비롯된 기저효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준시점 실적이 안 좋으니 수치가 조금만 늘어도 증가 폭이 커 보이는 것이다.
“모든 연령대”라는 황 수석 설명과 달리 취업자 수 증가는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됐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체 45만2000명의 86%가 넘는 39만1000명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층만 하더라도 23만7000명 늘었다. 반대로 40대와 30대의 취업자 수는 각각 12만7000명, 9000명 감소했다. 60대 이상의 일자리는 주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쓰레기 줍기나 등하굣길 교통지도 등의 단기 일자리다.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낸 것일 뿐 경제상황이 좋아져 만들어진 일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도 늘었다. 지난달 구직단념자 수는 54만2000명으로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만명 늘어난 수치다. ‘쉬었음’ 인구도 1년 전보다 34만9000명 증가한 217만3000명에 달했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구직단념자는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실업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구직단념자가 많아지면 실업률이 낮아지는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박현준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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