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강인(18)은 지난 시즌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1군으로 정식승격됐지만 정작 시즌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출장시간이 줄어들어 많은 축구팬을 안타깝게 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이강인에게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마르셀리노 체제에 불안감을 느낀 이강인이 시즌 후 동안 임대 이적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돼 안타까움은 더 커졌다.
그런데 추석 연휴 동안 이런 발렌시아 구단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1일 마르셀리노 감독이 전격 해임된 것. 지난 시즌 팀을 리그 4위로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을 따낸 사령탑을 리그 3경기 만에 해임한 것은 스페인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오프시즌 동안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던 구단주와 감독 사이의 불화가 결국 해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이강인의 미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피터 림 구단주와 마르셀리노 감독은 팀 내 유망주 기용 시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림 구단주는 유망주보다는 검증된 베테랑을 선호하는 마르셀리노 감독 후임으로 스페인 21세 이하(U-21) 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알베르트 셀라데스를 선임해 ‘유망주 우선’이라는 팀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이강인은 새 감독 뒤 첫 경기인 15일 FC바르셀로나전에서 후반 21분 교체로 투입돼 25분여를 뛰었다. 전 감독 산하에서 치러진 첫 세 경기를 통틀어 채 10분도 뛰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한 위상의 변화다. 비록 팀은 5-2로 대패했지만 이강인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부임 첫 경기에서 전 감독이 운용하던 수비적인 4-4-2 전술로 나섰던 셀라데스 감독은 이어진 경기부터는 본격적인 자신만의 전술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감독의 사실상의 데뷔 무대는 18일 런던에서 열린 첼시와의 UCL H조 조별리그 1차전이다. 이 경기에 이강인이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셀라데스 감독은 스페인 U-21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중앙 미드필더 3명을 운용하는 공격적인 4-3-3 전술과 4-2-3-1 전술 등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왔다. 두 전술 모두 이강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적극 활용한다. 셀라데스 신임 감독이 UCL 1차전에서 새 전술을 운용할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 이강인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출전이 실현될 경우 이강인은 마침내 ‘꿈의 무대’ UCL에 데뷔하게 된다. 그는 지난해 유로파리그를 통해 유럽대항전 데뷔를 이뤄낸 바 있지만 UCL 그라운드에는 아직 들어서지 못했다.
한편, 같은 날 황희찬(23)도 헹크와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을 통해 UCL 데뷔를 할 전망이다. 올 시즌 오스트리아리그에서 4골7도움으로 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그를 잘츠부르크 구단은 15일 하르트베르크와의 리그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벤치를 지키게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A매치 원정을 다녀온 에이스에 대한 배려로 승리가 불투명한 조별리그 1차전은 황희찬이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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