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의 역사와 기능
후드의 역사는 특허 기록으로 뚜렷하다. 1920년대 미국에서 부엌설비로 후드 개발 경쟁이 벌어진 덕분이다. 1926년 첫 발명이 이뤄진 후 1932년 헨리 브로언이 만든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모든 부엌에 필수 설비로 후드가 들어가게 됐다. 지금도 미국 후드 시장은 당시 생겨난 ‘브로언 뉴톤’과 ‘벤트 어 후드’ 등이 선도하고 있다.
후드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전 세계 주방에 퍼질 수 있었던 건 그 기능성 때문이다. 기름을 튀길 때 올라오는 유증기에는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미세먼지, 강력한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또 구이나 튀김 요리를 할 때는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이때 후드를 켜고 요리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20배, 일산화탄소는 7배, 포름알데히드는 5배 줄어든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실내에서도 쾌적하고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드의 역할이 중요하며 조리 중에만 후드를 켤 게 아니라 조리 후에도 상당 시간 후드를 가동하는 것이 좋다.
◆붙박이? 필터형? 후드의 종류
붙박이로 주방에 설치된 후드를 바꾸는 건 지금까진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수요가 커지고 특히 주방을 꾸미는 게 유행하면서 후드를 교체하는 집도 늘고 있다. 때맞춰 천편일률적인 기존 후드 상식을 깬 다양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후드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가장 익숙한 형태는 역시 부엌 상부장 밑에 설치되는 ‘빌트인’ 방식의 후드. 일체감 있는 부엌 외관을 유지할 수 있다. 가격도 가장 저렴한 편이다. 가로 길이는 보통 60cm로 다른 후드에 비해 작은 편이다. ‘침니(굴뚝)’ 방식 후드는 빌트인과 비슷하나 존재감이 뚜렷하다. 배기관이 굴뚝 모양으로 바깥에 드러나는 게 매력이다.

아직 보기 드문 방식은 ‘탄소필터’식 후드다. 빌트인·침니 후드가 모두 바깥으로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 등을 빼내는 데 반해 이 제품군은 자체 내장한 탄소필터로 주방 공기를 거르는 방식이다. 저소음, 고성능 모터가 불쾌한 냄새와 연기를 강력하게 흡입해 조용하고 쾌적한 주방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주방업계는 설명한다.
또 일반 후드가 설치하려는 위치가 배기구멍과 너무 멀면 흡입력이 떨어지는 제약이 있지만 탄소필터 후드는 후드와 배기구멍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

특히 탄소필터 후드는 아일랜드가 도입된 주방이 늘어나면서 인기다. 아일랜드 위에 독특한 모양으로 설치돼 디자인 구실을 톡톡히 한다. 다만 후드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천장 보강 작업 또는 앵커 작업이 잘 이루어져야 안전하게 설치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스레인지, 인덕션 등 조리기구(쿡톱)와 연동된 후드도 선호된다. 쿡톱 전원만 켜도 후드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며, 요리 중에는 사용량에 따라 후드 풍량이 자동 조절된다. 요리가 완료되면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고 배관 내 오염된 공기를 배출한 뒤 후드가 자동으로 꺼진다. 쿡톱에 IR(적외선)센서 발신부가 내장돼 있고, 후드에 수신부가 내장된 방식으로 작동된다.

◆후드 구매·설치 가이드라인
후드는 팬모터 성능이 좋을수록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팬모터 성능 외에도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후드 설치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후드부터 배기구멍 사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흡입력이 떨어진다. 만약 집을 짓는다면 주방을 설계할 때부터 자바라(후드와 배기구멍을 연결하는 배관) 길이가 1.5~2m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배기 자바라 굴곡이 적을수록 좋다. 자바라가 올곧게 펴지지 않고 굴곡이 져 있다면 풍량이 감소해 성능이 떨어진다. 설치된 후드는 필터망 관리 상태가 중요하다. 후드는 찌든 기름때가 많이 묻기 때문에 필터망을 주기적으로 관리 및 교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후드 크기는 최소한 조리 표면보다 넓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드 성능은 보통 공기 흐름 속도(CFM 등) 등으로 측정되는데 적당한 수준이면 된다. 후드 가동 속도는 보통 3∼6단으로 구성된다. 요리할 때는 고속으로, 요리 후에는 저속으로 주방을 환기하면 된다. 일부 후드는 온도 센서가 내장돼 후드 아래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자동으로 팬을 켠다. 배기 타이머를 사용하면 일정 시간 후 자동으로 작동 정지를 시킬 수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자료·사진 제공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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