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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도 업종도 다른 사람들 ‘공간셰어’로 뭉쳤다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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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1 14:00:00 수정 : 2023-12-10 15: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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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시대… 경계가 무너진다 / ‘공유숙박’ MT·파티룸 확장 / 재택근무·1인창업 등 활발 / 기존 틀 벗고 새 가치 창조 / 사무실 통째로 임대하지 않고 / 책상 몇 개 대여해 비용 절감 / 다양한 세대·계층 사람들 공존 / 아이디어 나누며 시너지 효과 / 1인 크리에이터·프리랜서 증가 / 밀레니얼 세대 직종 변화 큰 영향 / 업무·파티·숙박·출장 등 용도따라 / 유형별 다양한 공간 플랫폼 등장

# A(44)씨는 최근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약 2주일 정도의 리모델링 기간에 짐은 보관이사를 이용했지만, 가족이 어디서 지낼지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웠다. 따로 호텔을 구하기에는 자녀의 학교 거리 문제 등으로 부담이 됐고, 그렇다고 동네 모텔에서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A씨의 고민은 지인으로부터 공유숙박에 대해 전해 들은 뒤 해결됐다. 다행히 기존 집 인근에 독채로 쓸 수 있는 공유숙박을 찾은 A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2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 지난해 퇴직한 B(59)씨는 최근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원래는 별도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구할 예정이었지만, 면적이나 비용 등을 생각할 때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 힘들었다. B씨는 다른 5명과 함께 한 공간을 나눠쓰면서 1인 온라인 숍을 준비하고 있다. B씨를 제외하면 모두 20대 혹은 30대로 직업은 창업자나 프리랜서다. 업무공간 외에도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B씨는 “오피스텔을 구했더라면 비용도 문제이지만 혼자 독서실에 틀어박힌 것처럼 답답했을 텐데, 이곳에서는 젊은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공유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사나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입주에 시일이 다소 걸리는 경우 공유 숙박(코리빙)을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병원 진료를 위해 타 도시나 타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기존의 숙박업소 대신 공유숙박을 선택하기도 한다. 과거처럼 숙박이란 게 꼭 여행이나 관광 위주의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 것이다. 공유숙박은 출장이나 대학교·회사의 MT 등을 위한 공간으로도 쓰인다. 최근에는 파티룸이나 브라이덜 샤워 등 이벤트용으로 용도가 확산한다. 협업이나 스터디 공간(코워킹)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이렇듯 공유 공간을 활용한 코워킹, 코리빙의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산업에서는 숙박, 카페, 관광, 여행 업무, 출장 등으로 구분했지만 이 모든 경계가 모호해지고 통합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나 노동 형태가 생겨나면서 재택근무나 1인 창업, 프리랜서 등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꺼리지 않고 주거나 일터가 한곳에 매이지 않는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성장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들이 결합하며 새로운 분야와 가치의 창출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공유 공간을 활용해 요리를 배우고 실습하는 사람들.

◆성장하는 코워킹·코리빙 산업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이후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분야별·유형별로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한 분야의 자원이 다른 분야와 연결되도록 중계한다는 플랫폼의 원래 취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다소 차이가 있다.

 

차량 공유의 경우 우버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카카오택시 등의 서비스가 선보였다. 쏘카나 그린카 등의 서비스 또한 공유 서비스나 플랫폼을 표방하기도 했지만 후자의 경우 플랫폼이 아닌 차량 대여 분야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공간 공유에서는 위워크가 대표적이지만, 이 또한 플랫폼이라기보다는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임대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기준에서 공유 공간의 대표적인 플랫폼에는 에어비앤비가 있다.

2007년 3명의 게스트로 출발한 에어비앤비는 올해 들어 전 세계에 운영 중인 숙소에 체크인한 게스트가 5억명을 돌파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게스트를 맞이한 도시는 전 세계에 75개가 넘고, 10만명 이상을 맞이한 도시는 125개에 달한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1000개가 넘는 도시는 900곳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2016년 론칭한 스페이스클라우드는 비숙박 분야의 생활공간 공유를 표방하고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한 누적 거래액은 2016년 10억원에서 이달 기준 150억원으로, 회원은 같은 기간 10만명에서 70만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그만큼 공유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쪽과 이용하고자 하는 쪽의 수요가 모두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흐릿해지는 산업·생활·활동의 경계

 

그러나 에어비앤비나 스페이스클라우드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존의 잣대로 숙박이나 업무 등의 용도로 규정하다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경우가 늘어난다.

 

가령 공유 공간을 공연장이나 세미나 등으로 활용할 경우 몇 시간 정도에 한정되지만, MT나 파티룸으로 공간을 활용할 경우 1박을 넘기는 경우가 보통이다. 아무리 비숙박을 표방하더라도 공유하는 시간이 24시간을 넘어간다면 결과적으로는 숙박으로도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 또한 ‘세계 최대의 공유숙박 플랫폼’이라는 수식어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용도는 기존처럼 관광이나 여행, 출장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장기간 병원 진료를 받을 경우 가족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사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보조 집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지역의 특색을 살린 요리나 레저, 스포츠 등 각종 사교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용도로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숙박 공유 플랫폼이 아닌 ‘커뮤니티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장 용도에 맞게 꾸며 제공된 공유 공간.

산업 현장에서는 통신의 발달 및 3D(3차원) 프린터의 보급, 클라우드 환경 보편화 등의 변화에 외주, 프리랜서 등의 계약관계가 늘어난다. 여전히 정규직 일터를 최고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재택근무·원격근무, 1인 창업·크리에이터, 현대적인 가내수공업 등의 업무 형태도 급증하고 있다. 프리랜서나 계약직이라며 꺼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러한 형태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하이브아레나처럼 코리빙과 코워킹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도 선보인 바 있다. 굳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비슷한 일을 하거나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 기간을 함께 살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식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활용한 서울 영등포구의 코워킹 공간. 스페이스클라우드 제공

◆새로운 주거·일터에서 성장하는 밀레니얼 세대

 

ICT나 디지털 문화 속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프리랜서나 재택근무 등 새로운 형태의 업무 방식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1인 크리에이터의 경우 제작과 편집을 대부분 집에서 진행하고, 일부의 전문적인 작업은 공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의 경우 일감 수주부터 작업 진행, 납품까지 클라이언트와 아예 접촉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제도나 규율로는 업무시간을 산정하거나 일터를 획정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사업주가 무리하게 포괄임금을 적용하기도 하고, 4대 보험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존 제도의 테두리에서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등과 관련한 측면에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청년단체들을 중심으로 정부나 정치권에 이와 관련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업무의 장소나 시간의 개념이 기존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처우나 일자리 안정에 대한 측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워크나 에어비앤비 등으로부터 다양한 공간 공유 플랫폼 및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 이 순간에도 서비스가 새로 생기고 기존의 서비스도 융·복합을 통해 환골탈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플랫폼 비즈니스 등 새로운 유형의 산업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산업현장과 일상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기존 방식대로 제도를 만드는 데에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기존의 제도로 섣불리 사전규제를 해버리면 관련 서비스나 산업 전체가 꽃피우지도 못한 채 사장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코리빙(co-living): 함께(cooperative) 산다(living)는 의미의 주거 형태다. 최근 1인 가구 형태가 늘어나는 가운데 도시 주거비가 상승하면서 늘고 있는 공유경제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주방과 거실 등의 공용공간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코워킹(co-working):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단순히 공간을 함께 쓰는 공동사무실을 넘어 서로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에는 코워킹과 코리빙이 결합된 형태의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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