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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주 오는 태풍 … 쪼그라든 예산

입력 : 2019-09-22 18:04:51 수정 : 2019-09-23 07: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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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한해 6차례 영향권 / “한반도 2020년부터 두배 급증” / 진로예보 오차 ‘보통’ 평가에도 / 센터운영사업예산 갈수록 줄여 / 연구예산도 140억→120억 감소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읍 한 방파제에는 집채보다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는 올 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여섯 번째 태풍이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여섯 차례 태풍 영향권에 든 건 40여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태풍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금세기 말 영향태풍이 지금보다 두 배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국내 태풍 관련 예산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영향태풍은 7월 중순 ‘다나스’부터 ‘타파’까지 총 6개다. 영향태풍이란 우리나라 육상이나 해양에 태풍특보가 발표된 경우를 말한다. 기상청은 5월 발표한 여름철(6∼8월) 기상전망에서 평년과 비슷한 1∼3개, 한 달 전 가을철(9∼11월) 기상전망에서도 평년 수준인 1개의 영향태풍을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기전망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1976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열대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수는 예년과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타파가 지나간 뒤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거나 강한 한기가 내려올 기미는 아직 없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회’(IPCC) 5차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태풍 발생 횟수는 줄거나 변동이 없지만 바람 강도와 강수량은 늘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태풍 발생 횟수는 전지구 평균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북대서양 허리케인은 줄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더욱 자주 노출되게 된다.

박두선 조선대 교수(지구과학교육)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017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금세기 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최대 2배가량 늘어난다. 박 교수는 “북대서양과 태평양 모두 해수온도가 오르는 건 같지만, 북대서양은 역학적인 이유로 ‘연직 시어’가 강해져 태풍이 성장하기 어려운 반면 북태평양에서는 이런 방해 요소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직 시어는 상하층 간 바람의 속도나 방향의 차이를 의미하는 용어로, 연직 시어가 커지면 태풍이 높게 자라기 어렵다.

이처럼 태풍 위험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예산은 감소세다. 기상청 태풍 예산은 크게 국가태풍센터 운영사업 예산과 태풍연구(R&D) 예산으로 구성되는데 센터 운영사업 예산은 2015년 10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7000만원, 올해 8억9100만원, 내년(정부안)에는 8억7400만원으로 줄었다. 기상청의 ‘2018년도 기상청 소관 세입세출 예산 개요’를 보면 ‘통합재정사업자율평가 미흡결과를 반영한 사업 축소’라고 돼 있다.

태풍센터는 2017년 태풍진로예보거리 오차가 목표치(211㎞)를 한참 넘긴 255㎞를 보여 미흡 평가를 받았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을 줄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통’ 평가를 받은 2016년과 지난해에도 이듬해 예산은 감소했다. 태풍연구 예산도 2015∼2016년 140억∼150억원에서 올해는 120억원대로 감소했다. 허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태풍을 연구하는 곳은 별로 없는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타파는 이날 오후 9시 부산 남쪽 80㎞ 부근 해상으로 가장 가깝게 지나갔다. 타파는 23일 오전 9시 독도 동북동쪽 250㎞ 부근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파 누적강수량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제주 어리목에 698.5㎜를 기록했고, 지리산 264㎜, 광양백운산 217.5㎜를 나타냈다. 일최대순간풍속은 여수에서 40.7m/s를 나타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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