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생회가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류 교수는 "연세대에 실망했다. 교양강의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 총학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류석춘 교수는 터무니없는 변명을 멈추고 학생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학은 "류 교수는 수강생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망언을 자행했다"며 "류 교수는 위안부와 현재 사회의 불법 성매매를 동일시하는 발언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의 중 질문하는 학생에게 교수로서의 위계를 이용해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볼래요'라며 성희롱을 했다"며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연세대에서 나올 수 없는 충격적인 망언"이라고 강조했다.
총학은 "학문의 자유는 교수가 강단에서 어떠한 주장이든 마음대로 말할 자유가 아니다. 엄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며 "류 교수는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배제한 채 위안부와 현재의 불법 성매매를 동일시했다"고 말했다.
또 "질문하는 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을 한번 해보라며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를 이용해 성희롱했다"며 "문제 제기에 반성과 사죄는커녕 '조사를 해보라는 취지'였다고 구차한 변명을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는 "학생회 주최로 간담회를 개최해 학생들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며 "사회학과로부터 학생들의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해당 강의는 이번 주 휴강하고, 학과에서 대체 강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연희관에는 류 교수의 파면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도 부착됐다. 작성자는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일동'으로 돼 있다.
대자보는 "헌법은 '모든 국민은 학문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연세대는 문학의 영역에서 고립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마광수 교수를 지키지 못한 원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책임 의식에 더욱 엄중해야 한다"며 "정치권과 언론은 류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던 이력을 내세우며 정치 공세를 퍼붓고, 일본 극우세력으로 매도해 학자로서의 삶을 모조리 짓밟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류 교수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한들 제삼자의 관점에서 그러한 의미로 읽힐 여지가 충분했다"며 "류 교수가 해당 학우에게 이른 시일 내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이날 오후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교양 수업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연세대는 앞서 문제 발언이 나온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수업은 중단시켰다.
류 교수는 수업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교양 강의는 계속할 예정"이라며 "언론이 사회의 암"이라고 말했다.
'매춘 발언 입장 변화 없는가'라는 질문에 "드릴 말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연세대 교내 언론인 '연세춘추'를 만난 류 교수는 인터뷰 내용을 묻자 "연세대에 실망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시민은 류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류 교수를 붙잡고 "매국노를 간첩죄로 체포하겠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류 교수는 이달 19일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인가'라는 학생들 질문에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설명하며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학생에게 되묻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성명서를 내 류 교수의 망언을 규탄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민주당 조성환 의원은 이날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언론보도에 따르면 류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는 ‘매춘은 오래된 산업이고, 많은 국가가 매춘을 용인하고 있는데 일본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성희롱에 해당되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며 ”그동안 숱한 토착 친일파들의 망언을 들었지만, 이런 식의 망언이 대학교 수업시간에 버젓이 행해졌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의 만행으로 인해 아직도 심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제의 만행을 변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하는 망언은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사회적 합의를 위반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들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에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망언의 당사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망상에 사로잡혀 아무렇지도 않게 망언을 일삼는 자들이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로, ‘오피니언 리더’로 행세하는 사회구조를 혁파하는데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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