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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 ‘1200만원’ 지원하는 ‘햇살론 유스’는 ‘선심성 퍼주기 정책’일까

입력 : 2019-09-29 16:00:00 수정 : 2019-09-29 17: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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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햇살론 유스(youth, 가칭)’를 내년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취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햇살론 유스가 당장 돈이 급한 청년들의 숨통을 틔워주리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정부가 단기적 선심성 정책으로 ‘청년 빚쟁이’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1200만원, 3∼4% 저금리로 대출

 

햇살론 유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포용금융’ 정책의 일환이다. 150억원 예산 조달을 통해 1000억원 규모로 은행권을 통해 생활비 대출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원대상은 대학생·미취업청년과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등이다. 대출 한도는 최대 1200만원이며 연 금리는 3~4%대다. 최대 7년간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되 학업·군 복무 기간 등을 고려해 충분한 거치기간을 부여한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대면상담·정밀심사를 통해 대출 심사를 진행한다.

 

◆“경제적 부담에 큰 도움 될 듯”… 청년들, 고금리 대출 부담 덜어

 

청년 고용지표는 수년간 ‘적색불’이다. 지난 7월 15~29세 실업률은 9.8%로 1999년(11.5%)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질적 실업률은 더 높다. 지난달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와 잠재구직자, 취업준비생 등을 반영한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1.8%를 기록했다. 10명 중 2명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셈이다.

 

취업 준비 비용은 청년들에게 큰 부담이다. 한 취업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취업준비비용으로 월 29만7000원이 든다. 가장 많은 취업준비생 중 71.2%가 취업 준비를 하며 ‘어느 정도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손유빈(24)씨는 “취업 준비, 스펙 쌓기에 돈이 많이 든다. 자격증, 어학 공부도 다 돈이고 워킹홀리데이만 해도 통장에 600만원 이상은 있어야 떠날 수 있어 주변에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다. 저도 몇 달간 200만원은 쓴 것 같다”며 “집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1200만원이나 대출해주면 사채 등 고금리 대출의 유혹에 덜 빠질 것 같다. 저만 해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면 대출을 생각했을 수 있다”고 햇살론 유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27일 “1200만원이면 적은 금액은 아니라 자금 사정이 안 좋지만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힘든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왕 지원해줄 거면 경제적 지위 등을 감안해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저소득층에 소득을 지원하면 소비가 늘고 내수경제가 살아난다. 기업의 공급이 늘면 일자리 증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출해준다고 실업률 떨어지나”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도

 

반면 청년들의 채무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취업 후 학자금 의무 상환 대상’ 금액은 1794억원이다. 전체 학자금 대출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한국장학재단,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의 학자금 대출 잔액은 15조원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39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3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장기 미상환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취업 후 등록금 상환’의 장기 미상환자 규모 및 액수는 2013년만 334명, 12억원이었으나 2017년엔 1만2012명, 944억으로 크게 늘었다.

 

‘충분한 거치기간’을 약속한 햇살론 유스도 거치기간 동안 이자는 부과된다. 금융위 측은 “금융이란 게 복지와 다르게 대출이 나가면 당연히 상환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이자) 상환 의무까지 배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청년들이 돈이 없어서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대출을 늘려준다고 일자리가 생기겠냐. 학생들에게 빚 부담만 늘게 하는 것”이라고 일침하며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의 호감을 사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늘려 취업률을 올리려면 중소기업, 자영업 등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출 정책은 미봉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도 “청년의 부채 비중을 높이는 방식은 미래의 것을 현재로 당겨쓰는 거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며 “단기적 접근으로 대출 정책이 들어가야 한다면 차라리 무이자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일회성 청년지원 정책의 재원 고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위는 햇살론 유스를 위해 200억원 예산을 확보한 상태라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리란 보장은 없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서민금융을 위해 약 2200억원 규모의 예산투입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전액 삭감된 바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대학생 청년 햇살론도 올해 2월 약 3100억원 규모의 기금이 모두 고갈돼 대출이 중단됐다. 금융위 측은 “햇살론 유스의 세부적인 사항은 현장의 목소리 등을 반영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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