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한 다음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측의 군사력 증강 및 ‘국군의 날’ 무력시위에 대한 반발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대한 압박도 담긴 다목적용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11분 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항 능력이 떨어지는 북한 잠수함의 수준으로 볼 때 SLBM 발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쪽을 향한 위협으로 보이지만 잠수함의 은밀성이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SLBM의 고도를 높이면서 사거리를 대략 450㎞ 정도로 줄여서 발사한 것은 대남 경고 시위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북한 의도와 관련 전날 국군의날에 한국이 최신 전력들을 선보인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과 함께 “(실무협상에서)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날짜를 밝힌 다음 날 발사했다는 것은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한도를 테스트한 것이라 본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확실히 대화의 판이 깨지는 것이니 SLBM은 가능할지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최근 우리 국회에서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9·19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할 수 있고, 어제 있었던 우리 국군의 날 행사와도 연관시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회담 날짜까지 이야기하고 바로 쏜 것에서 의도적이고 화전양면의 대미 압박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제재를 유지하면서 대화하려는 미국에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별개이니 우리도 할 일은 하면서 대화해도 괜찮겠지 하고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닐까 한다”고 풀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우리 측의 자주 국방 과시에 대해 맞대응하며 체제 보장에 새로운 셈법을 촉구하는 대미 압박의 메시지”라며 “단거리 미사일은 비핵화 범주가 아닌 체제 보장의 수단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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