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난민서 이·팔 갈등 완화의 주역된 유난 주교
유난 주교는 1950년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며, 자신 역시 여전히 팔레스타인 난민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예루살렘의 동방정교회 수도원으로 피난한 아버지 덕분에 난민 캠프가 아닌 동방정교회 수도원에서 살게 된 그는 집(수도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루터교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루터교회에 다녔다. 그는 ‘평화의 도시’라는 본래의 뜻과 달리 증오와 갈등으로 위험한 화약고가 된 예루살렘에서 성장하며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해가 인류평화를 위한 근간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후 일생 동안 유대인·기독교인·이슬람교도들 사이의 화해를 끈질기게 촉진해왔다.
1976년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1985년 이래 중동지역 교회협의회 회장으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한 기구 창설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06년에는 이·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기독교 시오니즘에 대한 예루살렘 선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기독교인으로서 난민 구호활동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사랑과 교육으로 난민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난민들도 민주적 시스템 안에서 그들만의 국가를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유난 주교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루터교세계연맹 의장으로 있으면서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종교지도자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세계적 차원에서 종교 화합을 선도했다. 그는 뿌리 깊은 구교와 신교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가톨릭과 대화했으며, 그 결실로 2013년 루터교세계연맹과 로마 교황청은 ‘갈등에서 사귐으로’라는 문서를 공동 채택해 500년간 지속된 갈등의 실마리를 풀었다.
그는 2015년 10월 기독교한국루터회 초청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평화와 통일”이라며 “팔레스타인 난민인 저의 경험에 따르면 전쟁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네갈 내 민주주의 확산과 경제 부흥 가져온 살 대통령
살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굿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전형을 보여주며 성숙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대통령들이 장기집권에 집착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등 세네갈을 아프리카의 모범적 민주국가로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살 대통령은 2004∼2007년 총리를 맡았고 이후 1년 5개월간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는 2012년 3월 대선 결선에서 65.8%를 득표해 당시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을 꺾고 세네갈 제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강력한 구조 개혁과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해 어업 중심인 세네갈의 경제 부흥을 주도했다.
특히 살 대통령이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네갈 부상 계획’(Plan Senegal Emergent, 1기: 2014∼2018년, 2기: 2019∼2023년)은 세네갈의 경제성장률을 6%대에 안착시켰다. 살 대통령은 재임 기간 경제 호황 등에 힘입어 지난 2월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굿거버넌스는 법치주의와 인권 보장,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을 이룩해 세네갈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성장시키고 있으며,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전환과정에 있는 아프리카의 주변국들에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살 대통령은 2017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세네갈이 첫 메달로 은메달을 땄고, 2002년 서울월드컵 때는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꺾는 등 서울에서 개최한 스포츠 행사들이 세네갈에 큰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