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폭우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수거했던 방사성 오염 물질이 결국 대거 하천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 중 폭우에 유실된 자루 가운데 전날(16일)까지 19개를 발견해 17개를 회수했는데 그중 10개에는 내용물이 없었다. 자루의 내용물은 강에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임시 보관소 7곳에 보관 중이던 폐기물 자루 2667개 중 일부가 100m 떨어진 하천인 후루미치가와(川)로 유실됐으나 전체 유실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하천은 중간에 다른 강과 합류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자루는 직경 1.1m, 높이 1m, 용량 1㎥로 공간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μ㏜) 이하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일본 당국의 허술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성과 시 측은 “폐기물 자루 임시 보관장이나 자루가 유출된 하천 하류의 공간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변화가 없다”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비교적 낮아 환경에의 영향은 작다”고 강변하고 있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사성 폐기물 하천 유실과 관련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 공관을 중심으로 환경과 재외국민의 안전 등을 우선시하면서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 필요시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어업인들은 지난 16일 주부산 일본영사관 옆에 있는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하기비스 태풍으로 인한 방사능 폐기물 유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후쿠시마 연안 일대이지만, 결국은 해류를 따라 돌면서 북태평양, 한국 동해안·남해안 바다와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에서는 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공장에서 맹독성 물질인 사이안화나트륨이 유출되기도 했다. 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가두어 둔 조정 연못에서 배출 기준의 46배에 달하는 사이안화 화합물이 검출돼 고리야마시가 일대의 약 20가구에 대피를 촉구했다. 사이안화나트륨은 금속 도금에 사용되며, 입에 들어가거나 가스를 마시는 경우 호흡곤란이나 현기증을 느끼며 몇초 만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태풍 피해 늑장대응을 비판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이번 태풍으로 도시가 침수한 고리야마시, 강이 범람한 후쿠시마현 모토미야시, 제방이 붕괴한 미야기현 마루모리마치 등을 시찰했다. 일본 정부는 태풍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선포식과 함께 진행하려던 일왕 부부의 카퍼레이드를 다음달로 연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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