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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깥 활동 뜸한 고법 부장판사 ‘공무원 운전기사’ 등 전용차 지급 논란

입력 : 2019-10-27 13:42:58 수정 : 2019-10-27 13: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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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일환으로 차관급인 검사장 관용차(전용차량) 폐지가 추진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전용차량 문제도 손을 볼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고법 부장판사 역시 차관급 대우를 받아 전용차량이 지급되는데 외부 업무가 적어 주로 출퇴근길에 이용하고, 공무원인 전담 운전기사까지 두는 것은 ‘과도한 특혜’이자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등 ‘사법개혁‘ 법안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 촉구했다. 연합뉴스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 103대 지급…내년 임차료만 10억9500만원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 인사의 꽃’으로 불린다. 전체 법관 3200여명의 10분의1만 들어갈 수 있고,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행정부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전용차량과 함께 운전기사가 지급된다. 현재 법원엔 138명의 고법 부장판사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용차량 배정현황은 어떻게 될까. 27일 세계일보가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법원 전용차량 배정현황’ 문서를 입수·분석한 결과, 현재 전국 각급 법원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차종 에쿠스) 등 총 157대(실제 이용차량 기준)의 전용차량이 배정·운영되고 있다.

법관들의 전용차량 배정대상을 규정한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 해당 규칙에 따르면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은 전용차량(대형·중형)이 배정된다. 

임차료 70만원가량의 전용차량들은 월급여 300만∼500만원을 받는 전담 공무원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 중 103대가 가장 규모가 큰 서울고법(59대)을 포함해 전국의 고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실장 등 행정처 법관 제외)에게 배정됐다.  

 

전용차량 지급에 소요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법원 차량 임차료는 30억1600만원으로 올해 예산(20억200만원)보다 50.6%나 증액됐다. 이 중 고법 부장판사 등의 차관급 전용차량에만 10억9500만원이 책정됐다. 

◆대법원, 법원조직법 개정해 고법 부장판사 직책 폐지 추진…여야 대립으로 난항

 

고법 부장판사들에게 전용차량이 지급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행정부 공무원인 검찰 간부들의 전용차량 지급의 경우 대통령령인 공무원 공용차량 관리규정을 따른다. 

 

다만 고법 부장판사들은 행정부 공무원이 아니다. 이에 대법원 규칙인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을 따른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고법 부장판사 이상 법관에게 전용차량이 배정된다.

 

일각에선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가 추진되는 것처럼 고법 부장판사들이 차관급 예우를 받고, 운전기사와 함께 전용차량을 지급받는 것은 과도한 특혜란 것이다. 특히 법관의 경우 외부행사가 드물고, 주로 법원 내에서 재판 업무를 맡는 만큼 전용차량 지급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월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해 자신의 전용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용차량은 직급이 아닌 업무에 따라 지급돼야 한다”며 “고법 부장판사는 대외업무가 사실상 없는 만큼 이들에게 전용차량이 제공되는 것은 특혜이자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법원도 업무와 상관없이 고법 부장판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전용차량이 지급되는 것은 문제라고 인식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취임 직후 법관 특혜 폐지 및 사법부 관료화를 막기 위해 ‘사법개혁’ 일환으로 고법 부장판사 직책 폐지를 추진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해 10월 고법 부장판사 직책을 규정한 법원조직법 27조의 2항과 3항을 개정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대법원장도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안을 통해 고법 부장판사 직제가 없어질 경우, 전용차량 일괄 지급 관행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법원조직법 개정 기다리지 말고, 대법원 규칙 개정해 전용차량 지급 중단해야”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승진 개념이던 고법 부장판사직을 없앨 경우, 법관 인사의 인센티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해당 개정안은 여야간 의견대립으로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내년 4월 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문을 열 경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이에 일각에선 법원조직법 개정을 기다릴 것이 아닌 대법원 규칙인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을 개정해 고법 부장판사들의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규칙은 국회 동의 없이 대법관 회의로 개정할 수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눈으로 볼 때 고법 부장판사에게 운전기사가 있는 전용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고위법관들의 특권으로 비친다”며 “행정부 차관급과 달리 고법 부장판사들은 대외 업무가 없고 주로 일반 재판 업무를 보기 때문에 대법원 규칙을 고쳐서라도 전용차량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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