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감옥에서 3년2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끝에 풀려난 양현정(40)씨가 현재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11일 방송된 위성·케이블 채널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서는 영화감독 방은진(54)이 양씨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토대로 스튜디오 토론을 벌였다. 방은진은 양씨와 유사한 일을 겪은 장미정(50)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집으로 가는 길’(2013)의 감독이기도 하다.
양씨는 2015년 11월 멕시코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한국인 마피아의 일원으로 인신매매·성매매에 연루됐다는 혐의였다. 양씨는 “멕시코는 첫 방문이었고 스페인어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범죄 사실과 저의 상황이 너무나 안 맞았지만,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사건·사고에 휘말리거나 사법적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은 영사부 등 외교 당국이다. 양씨는 체포 후 주멕시코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양씨에 따르면 이임걸 경찰 영사(현 울산 동부경찰서장)는 아무런 도움도 제공하지 않았다. 향후 면담이 이루어졌으나 5분여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통역사 제공을 요청했으나 이 전 영사는 거절했다.
방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양씨는 이 전 영사를 “살인자”라고 표현했다. 또 현재도 당시 충격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멕시코 감옥의 열악한 실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양씨는 “침대가 3개니까 3명이 들어가는게 맞은데 16명에서 많게는 23명까지 넣는다”고 말했다. 또 “어떤 친구들은 서서 자는데, 자다보면 균형을 잃으니까 허리에 끈을 묶에 기둥에 연결한다. 그 곳은 무덤”이라고 덧붙였다.
양씨는 “그곳에 수감된 원인이 영사님에게 있다”면서 “조금만 신경써주셨으면 이틀 만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멕시코를 방문한 양씨는 여동생의 약혼자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회계장부 관리를 도왔다. 임금이나 대가는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노래방을 급습한 경찰이 양씨를 체포했다. 양씨는 인신매매 및 성착취, 이른바 ‘포주’라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3년2개월간의 옥살이 끝에 올 3월 멕시코 재판부에서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고 귀국했다.
양씨가 귀국 후 “영사 조력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이 전 영사가 ‘스페인어 배워서 좋지요’라고 농담하며 멕시코 사법기관 직원들과 웃기도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달 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한 이임걸 당시 영사는 양씨 사건에 대해 “영사 조력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답변했다. 양씨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물음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영사는 양씨 사건으로 2017년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영사의 행정소송은 작년 8월 패소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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