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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인증 믿고 샀는데…아동 안전 위협하는 ‘어린이용품’ [뉴스+]

입력 : 2019-11-18 19:32:05 수정 : 2019-11-18 20: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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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합 판정 103개 제품 조사 결과 / 환경호르몬 440배 초과 캐리어 등 / 87개서 인증 때 없었던 성분 검출 / 일부 업체, 단가 낮추려 ‘저질’ 생산 / “모니터링 강화… 가중 처벌 고려를”

올해 두 살배기 자녀를 둔 A(40)씨는 지난 2월 자녀를 위해 구매한 B사의 영어 교재 패키지상품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다. 해당 상품에 포함된 책장 등이 알고 보니 가짜 ‘KC(국가통합인증마크)인증’을 달고 판매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A씨 등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 5월 ‘KC인증 마크가 있음에도 책장에서 페인트가 묻어나고 냄새도 심하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을 통해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란 것을 확인했다. B사는 과거 KC인증을 받았지만 추가인증을 받지 못한 것이고, 문제가 된 이후 재인증을 받아 “안전에는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소비자들은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불법·불량 제품들로 어린이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KC인증 표시가 있어도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성긴 규제 탓에 어린이 안전의 사각지대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접수된 어린이 안전사고는 2만4097건으로, 전체 안전사고의 33.5%를 차지했다. 전체 인구 중 어린이 비중이 12.8%(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현황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어른에 비해 어린이 안전이 훨씬 취약한 셈이다.

특히 KC인증 표시가 부착된 어린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지난해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 유해물질 검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어린이 제품 103개의 시험성적서를 제출받아 조사한 결과, 87개의 제품에서 KC인증을 받을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유해물질(미충족사항)이 검출됐다. 이 중에는 기준치의 61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된 머리핀과, 간·신장 등의 손상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440배 초과 검출된 유아용 캐리어 등이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씨는 2년 전 KC인증 제품이라 믿고 퍼즐매트를 구매했지만 지난해 이 제품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명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 확인을 받은 수입제품이었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 ‘폼아마이드’가 10배 이상 초과 검출돼 리콜대상이 됐다. 이씨는 “아이 안전을 위해 거실에 깔아놓은 것인데 오히려 건강에 위협이 됐다니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어린이 제품의 경우 반드시 KC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KC는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임을 증명하는 마크로, 제품의 위험도 등에 따라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확인’을 받은 제품에만 부착 가능하다. 또 높은 수준의 KC인증(안전인증, 안전확인)이 필요한 제품은 각각 2년과 5년마다 재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제에도 불법·불량 어린이 제품이 꾸준히 유통되는 건 일부 제조사의 ‘비양심’ 때문이다. 처음 KC인증을 받을 때만 안전기준을 충족해 놓고 이후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질 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소비자학)는 “(정부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고, 고의성·악의성이 드러나는 기업의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현재 재인증 과정이 없는 ‘공급자적합성확인’ 제품도 5년마다 (자체적으로) 재인증받도록 하는 등 일부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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