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청년정책을 발표하겠다며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쓴소리를 들었다. 평일 오후 2시에 청년을 불러놓고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청년정책 비전 발표’ 간담회를 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심을 잡겠다는 목표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페어플레이 대한민국 ▲청년 취향 저격 ▲청년 등에 꽂힌 빨대 뽑기 등 주요 3대 키워드로 채용비리 처벌 특별법 제정, 채용·입시비리 적발 시 공천 배제, 국가장학금 1조원으로 증액, 1인 가구를 위한 핀셋정책 강화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자유한국당과 황 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인하대 재학 중인 신모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샤이보수’를 넘어 ‘셰임(shame)보수’라고 말하는데 그 자체가 수치심이 든다”면서 “한국당 하면 ‘노땅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청년, 청년 부르짖지만 청년들이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대학생 광화문 집회를 주최하는 공정추진위원회 대표라고 밝힌 김모씨는 “청년과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는 물음표”라며 “공관병 갑질 박찬주 영입 등 계속 청년의 신뢰를 잃는 행보를 하면서 어떻게 청년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황 대표를 겨냥했다.
백모씨는 행사 시간부터 비판했다. 그는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면서도 평일 오후 2시에 행사를 연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부르면 오는 여의도 청년들, 금수저·은수저 청년들만 생각하고 행사를 기획한 것은 아닌가. 이런 디테일 하나부터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청년들의 작심 비판에 황 대표는 “아주 날카로운 말씀 잘 들었다”면서 “제가 한국당에 와서 방향성으로 정한 하나가 청년친화 정당이다. 청년최고위원, 청년대변인이 와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더 노력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30분가량 이어진 청년들의 발언을 메모했지만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적당한 발언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국정실패 항의 차원에서 전격 단식 돌입
황 대표는 20일 오후부터 청와대 분수 앞에서 전격 단식에 돌입한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및 여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강행 기류, 외교·안보 등 총체적인 국정 실패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단식을 결정했다.
특히 단식의 주된 이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비례대표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강행에 대한 저항으로 보인다. 앞서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일정 강행으로 인한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 지소미아 최종 파기에 따른 외교·안보의 위기 상황”이라며 “한국당은 역사적 위기를 맞아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비상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 안팎에서 리더십 논란을 겪고 있는 황 대표가 단식 투쟁으로 당 쇄신 요구에 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김세연‧김태흠 의원 등이 제기한 사퇴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만일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내년 총선까지는 당 대표를 맡겠다는 것으로, 당장 용퇴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재정 “정치초보의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떼쓰기, 국회 보이콧, 웰빙 단식 등만 경험한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황 대표는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는 뼈아픈 돌직구를 맞았다”면서 “그럼에도 ‘총선에서 진다면 사퇴하겠다’고 발언해 ‘배고프면 밥 먹겠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는 조롱을 들었다. 어제 있었던 한국당 청년 정책비전 발표회에서는 청년들로부터 ‘노땅 정당’ ‘박찬주 영입하며지지 바라나’ 등의 날선 비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더 이상 국민들 한숨짓게 할 때가 아니다. 아직 모르겠는가”라며 “정작 민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황 대표와 한국당의 발목잡기”라며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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