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피고인 고유정(36)이 청주 의붓아들 사망 사건 당일 잠을 자고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깨어 있었다는 증거가 법정에서 나왔다. 고유정 측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공소 기각 판결을 요구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일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된 고유정(36)을 상대로 전 남편 살인사건을 더한 병합 사건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 공소장에서 고유정이 사건 전날인 3월 1일 저녁 미리 처방받은 독세핀 성분의 수면제를 남편 A(37)씨가 마시는 차에 넣어 마시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으며, 의붓아들의 사망 책임을 A씨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고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4∼6시쯤 의붓아들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이날 법정에는 고유정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의붓아들의 친부 A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관련해 고유정은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의 최초 수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의심을 피해갔다.
반면 피해아동(6)의 친부인 A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 사이 고유정은 제주에 내려와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이날 고유정이 범행 당일 새벽 의붓아들이 숨진 청주 자택에서 새벽에 깨어 있었다며 증거를 처음 공개했다.
범행 당일 고유정의 휴대전화 접속 기록이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의붓아들이 사망하던 날 새벽 4시 48분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현남편 전처(사망)의 남동생과 친구 등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열어보기도 했고 해당 흔적을 삭제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고유정이 이들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며 황당해 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 사망 다음날인 3월 3일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의붓아들이 자신에게 오지 않고 아빠한테만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모친이 “아이가 불쌍하다”고 말하자 “우리 아이가 아니다.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A씨는 “고유정이 제주에서 의붓아들 장례를 함께 치르기로 하고 항공편을 예매했는데, 돌연 공항에서 ‘안가겠다’고 했다. 며칠 뒤 납골당에 5분여 정도 잠깐 들렀다. 장례 이후에는 청주 집이 아닌 아버지 명의의 김포 집에 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고유정은 A씨가 제주로 내려가 아이의 시신을 화장할 때 청주에 남아 의붓아들의 혈흔이 묻은 침대 커버와 이불 등 증거물을 버리고 매트리스에 남은 혈흔을 테이프로 가리기도 했다.
검찰은 고유정에 의해 현남편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독세핀 성분의 수면제는 잠을 빨리 자게 하는 수면제가 아닌 잠을 깊이 자도록 하는 수면제라고 설명했다.
고씨의 변호인 측은 현남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면서 폭력을 행사한 적이있는 지 등 평소 부부관계와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고씨의 변호인은 재판 처음에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를 지적하며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요구기도 했다.
그는 “공소장에 사건과 관계없는 지나치게 상세하고 과장된 내용을 넣어 (재판부로 하여금) 사건을 예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법률에 허용되지 않는 내용으로 공소제기를 하는 등 절차가 위법한 만큼 공소기각 판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추측과 상상으로 꿰맞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소사실 전체를 전면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기본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법원에서 예단을 갖게 할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고유정은 수사가 한창이던 5월 17일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추가로 처방 받고 전 남편에 대한 범행을 구체화 했다. 이튿날에는 배편을 통해 제주로 들어와 범행 도구를 구입했다.
이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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