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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 연쇄살인사건' 두고 검·경 재충돌

입력 : 2019-12-23 23:28:02 수정 : 2019-12-24 00: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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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이냐 오류냐'…검·경 조사 결과 입장차 여전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에서 이진동 2차장 검사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결정 여부 의견 제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원=뉴스1

 

’이춘재 8차 연쇄살인 사건’을 두고 검·경이 다시 한번 충돌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 검사는 23일 오후 재심 결정 여부 의견 제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고 ”1989년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성경찰서로 보낸 감정서에 윤모씨의 체모는 제3의 인물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춘재 8차 연쇄살인 사건 당시 국과수는 수사 중인 화성경찰서에 감정서를 보내 “방사성 동위원소 10개 핵종의 각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므로 증1호와 증2호는 유사한 음모”라고 감정 결과를 알렸다. 

 

검찰은 이날 증1호는 ’스탠다드 시료’, 증2호는 ’제3의 인물’의 것으로 사용돼 이후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윤씨와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임에도 결국 그가 범인으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스탠다드(Standard) 시료란 증거물에 대한 정식 분석에 앞서 이를 진행하는 기계가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표준시료’를 뜻한다. 표준시료는 가루 형태로 돼 있으며, 결과값도 미리 정해져 있다. 때문에 표준시료를 넣고 기계를 돌리고 난 뒤 미리 정해져 있는 결과값이 도출되면이는 정상 작동된다는 의미이고, 그 반대로 결과값에 큰 편차가 있다면 해당 기계는 사용가치가 없음을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증1호·2호 모두 윤씨와 상관없는 증거였던 것이다.

 

다만 검찰은 윤씨를 상대로 불법 구금과 더불어 잠 안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던 당시 수사관들이 이 같은 감정 결과 조작에 개입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핵심 수사관은 이미 숨지거나 현재 이민 간 뒤라고도 전했다.

 

이 검사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강제 수사가 불가한 데다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재심이 열리면 법원의 구인명령으로 반드시 법정에 출석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찰이 반박에 나섰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경찰은 현재까지 ‘스탠다드는 현장체모’이고, ‘샘플12는 윤씨 체모’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샘플12가 윤씨가 아닌 불상자의 것이라면, 당시 그 불상자를 즉시 검거하거나 재감정할 문제”라며 “아무 관련 없는 윤씨를 감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원자력연구원에서 시료분석을 담당했고 현재도 근무 중인 A박사에 따르면 스탠다드 시료는 검찰에서 밝히는 표준시료가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맞다”며 “이를 국과수가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의 중요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며 일관된 입장을 나타냈다.

 

경찰은 당시 증거인 체모를 윤씨의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제시를 요청하자 특수부 전신인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를 전담조사팀으로 꾸려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해 왔다.

 

검찰의 재심 개시 의견서 제출은 당시 수사 당사자로서 과거에 오류를 범했다고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법원이 실제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심 개시 여부 결정 시기에 대해 내년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변수로 보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정기 인사에서 재판장 포함 3명의 법관이 모두 인사 이동을 할 예정이어서 이 시기를 전후해 재심 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재심 개시 결정이 난다고 가정할 때, 현재의 재판부가 개시 결정만 내리고 후임 재판부에 재심 진행을 맡길지, 아니면 후임재판부에 개시 결정을 비롯해 재심 진행까지 모두 맡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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