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사진) 전 검사장에게 무죄 취지의 선고를 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구속수감 중이던 안 전 검사장은 ‘직권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좌천시킬 목적으로 검찰국장 권한을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들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고 봤다.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되지 않았다.
안 전 검사장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서 검사의 인사에도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의 혐의사실을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검사 전보인사에서 인사권자의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담당자는 여러 인사 기준과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이 사건 인사안은 그러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이 지난해 말 대법원에 안 전 검사장의 구명을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 원장은 진술서를 통해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날 예정이었던 고교 후배 검사를 다른 검찰청으로 발령 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 민원이 받아들여져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대신 가게 됐다”며 안 전 검사장이 무죄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직권남용죄의 ‘직권’에 ‘재량’을 넓히고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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