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올림픽 본선 티켓을 향한 여정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게 됐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해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도쿄행에 성공하게 되는 것.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세계랭킹 공동 8위)은 11일 태국 나콘랏차시마 꼬랏찻차이홀에서 열린 대만(32위)과의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준결승전에서 대만(공동 32위)을 세트 스코어 3-1(18-25 25-9 25-15 25-14)로 꺾었다.
이날 한국은 에이스 김연경(32·엑자시바시)이 복근 부상으로 결장했다. 팀의 기둥이자 리더의 공백 속에 한국은 불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고, 이는 고스란히 초반 부진으로 연결됐다. 대만의 끈질긴 수비에 밀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것. 만약의 경우를 위해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며 대기했던 김연경의 얼굴도 굳었다.
그러나 한국은 에이스의 공백을 2세트에서 극복해냈다. 라바리니 감독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 서브가 본래의 위력을 되찾고 레프트 대신 라이트 김희진을 공격의 축으로 팀을 정비해 2세트 초반 6-6까지 버틴 뒤 김희진(29·IBK기업은행)과 김수지(33·IBK기업은행) 등의 득점포가 터지며 완전히 폭발했다. 결국, 2세트를 압도적인 점수 끝에 잡아내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든 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세를 내주지 않았다. 3세트와 4세트 역시 서브와 공격, 적절한 블로킹 등이 조합되며 이렇다할 위기 없이 승리를 완성해냈다.
특히 블로킹에서 16-3, 서브에이스에서 12-4로 대만을 완전히 압도했다. 김희진은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3개 포함 18득점을 폭발하며 김연경의 공백을 메웠고, 양효진(31·현대건설)이 블로킹 6개로 15득점을 해냈다. 이재영(24·흥국생명)도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은 12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티켓 획득을 위한 마지막 승리에 도전한다.
한편, 같은 날 중국 장먼에서 이란과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준결승을 벌인 한국 남자배구(세계랭킹 24위)는 풀세트 접전 끝에 2-3(25-22 21-25 18-25 25-22 13-15)으로 아쉽게 패했다. 자타공인 아시아 최강인 세계랭킹 8위 이란을 상대로 첫 세트를 따내며 파란을 일으킨 뒤 세트스코어 1-2에서 4세트까지 잡아내며 20년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기대감을 키웠지만 끝내 마지막 5세트 고비를 넘지 못했다. 14명 엔트리 중 2m 이상 신장의 선수가 6명이나 되는 이란을 상대로 블로킹 싸움에서 7-17로 압도당한 것이 뼈아팠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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