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대형 백화점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은 여성이 보안요원에게 음료와 쟁반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에서 갑질이 일상화된 원인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서열문화와 이를 바로잡아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낮 도심 백화점서 뺨 때리고 욕설 난동 부린 30대 여성 갑질
경찰과 백화점 측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시쯤 한 여성이 보안요원에게 욕설하고 쟁반을 집어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30대인 이 여성은 “다른 손님에게 이유 없이 손가락질하며 소리 지른다”는 민원을 받은 보안요원이 제지하자 난동 부리기 시작했다.
그는 보안요원에게 음식 담긴 쟁반을 집어 던진 것으로도 모자라 욕설을 내뱉고 뺨까지 때렸다. 여성은 백화점 밖으로 끌려나가는 동안에도 난동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이 여성은 폭행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게 됐다.
◆어떤 처벌 받나?
사건이 발생한 백화점 측에 따르면 당시 여성은 경찰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난동 부린 여성의 정신 병력을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한 뒤 수사를 계속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 변호사는 “여성은 ‘폭행 혐의’로 입건됐지만 욕설을 하고 매장에서 난동 부리고 영업을 방해해 모욕죄나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거 같다”며 “다면 특정 병력이 확인되면 처벌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 갑질, 심각하다” 응답자 96%
백화점서 갑질 부리며 난동 피우는 영상이 온라인에 전해져 적지 않은 논란이 인 가운데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갑질을 직접 당했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사례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의견은 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 지난해 9월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가 한국리서치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및 갑을관계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6%가 한국의 갑질 문화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거나 대체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중 ‘살면서 단 한 번도 갑질을 당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1명(10%)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만큼 갑질이 일상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일상 속 갑질과 가장 쉽게 마주하는 이들은 대인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고객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갑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3470명 중 고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61%에 달했다. 이들은 앞선 보안요원의 피해사례에서처럼 고객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 성희롱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들은 2018년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직원(Worker·워커)과 손님(Customer·커스터머) 간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워커밸’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지만 고객의 갑질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앞선 이 인식조사와 관련 전문가는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일상화된 원인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서열문화와 이를 바로잡아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갑질을 근절하려면 그 심각성을 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법·제도 보완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갑질이 개인의 인권이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부분은 부족하다”며 “(제도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상 속 갑질이 낳는 폐해를 지속해서 교육하고, 법과 제도로 갑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열화·위계화의 문제점을 인지시켜야만 고질적인 문화적 경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교육 당국과 시민사회가 갑질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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