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이낙연 대 황교안’의 종로빅매치 성사 여부는 최대 관심사다. 여야 두 간판 차기 대선 주자가 치르는 ‘대선전초전’이자, 문재인정부가 정권 후반 국정운영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대결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진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종로 출마가 유력한 상태다. 민주당은 종로를 전략지역구로 확정해둔 상태이며, 다른 예비후보도 등록하지 않고 있다.
‘험지 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이 빅매치를 피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출마 압박이 한층 강해졌다.
종로에서 여야의 정면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종로 민심은 두 거물 출격을 기대하는 한편, 양측 지지가 팽팽한 분위기였다.
내수동에 사는 80대 여성은 19일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나라 현 실정으로는 황교안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지지를 표하면서도 황 대표를 못미더워했다. 그는 “그런데 황교안이는 대가 세질 못해. 머리 깎아놓으니까 아주 애 같아. 경험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정치를 잘 못하는것 같아”라고 했다. 이어 “이낙연이는 탄탄하죠. 국무총리에 경륜이 있지”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 역시 국무총리 출신이지만 정치적 경륜은 크게 차이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여성은 “그래도 나라 실정을 생각하면 황교안이 됐으면 좋겠다. 황교안이 ‘말빨’이라도 좀 섰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종로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단지가 있는 교남동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낙연, 황교안이 나온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죠”라면서도 조심스레 황 대표가 현 국면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민심이 현재 행정부가 독재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봐요. 너무 독자적으로만 가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을 두루두루 민심을 두루 살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여당는 그런 것이 미진하고, 자기편만 옹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편을 위한 정치만 펴니, 사람들이 겉으로 말은 안하더라도 속으로는 불만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수야권 통합 움직임과 관련,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기대가 낮아보였다. 이 남성은 “야권이 통합해야 하는 건 맞는데, 서로 욕심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각자 좀 내려놓고 전체적으로 봐야하는데 서로 욕심만 낸다. 사실 그게 자기들 속마음이겠지”라며 “그게 정치에 실망하는 이유지 뭐”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견도 여당심판론 못지 않았다. 다만 여당이 내세우는 야당심판론에 동조하기 보다는 이낙연이라는 인물에 호감을 가진 이들에 많았다.
70대인 여성은 “난 당연히 이낙연이다. 모든 면에서 좋다. 성품 좋죠, 인격 좋죠, 정치 경력도 대단하죠”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40대 여성은 “정치는 모른다”라면서도 “고르라면 이낙연”이라며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황교안은 아닌 것 같다. 쇼만하는 것 같아서다”라고 말했다. 삭발 투쟁이나 광화문 집회 등의 행보에서 그간 황 대표 하면 떠오르는 정치적 비전 없이 ’반문재인 정치’만 편다는 그간의 지적이 고스란히 민심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종로구 안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건 사직동과 평창동 분위기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이 두 곳에서만 당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정세균 후보를 이겼다. 2012년 이래 6차례 선거에서 내리 민주당 계열이 승리한 종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이기도 하다. 평창동은 20대 총선 기준 선거인수가 1만6405명으로 종로구 내에서 가장 많다.
사직동에 십수년 거주했다는 60대 남성은 “둘 다 쟁쟁한 인물”이라며 두 거물의 종로 출격을 상당히 기대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자유한국당을 찍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판받아야 할 정부여당의 제일 큰 실책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다, 경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당보다도 황교안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야권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지를 표하면서 “모두 다 힘을 합쳐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에게 불신을 드러내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교남동에서 만난 젊은 부부는 정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냉담했다. 특히 여당은 야당심판론을, 야당은 여당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 평창동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심판? 둘 다 자유로울 수 있나요?”라며 반문했다. 그는 “양측이 말하는 심판의 기준을 모르겠다. 국민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런 ‘이익’을 바란다. 그걸 위해 심판하는 것이지, 각 당의 욕심을 위해서 심판해야 하는 게 아니다. 민심을 잘 읽어내고 그걸 정책으로 잘 펼쳐내는 쪽이 될 것이고 못하는 쪽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모로서 아이 둘이 싸울 때 보면, 둘 다 잘못이 있고 결국 둘 다 혼내게 된다. 또 그건 아이가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올바른 쪽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 훈계하는 것이다. 둘 다 한 배 속에서 나온 자식이고, 둘 다 살리려고 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도 마찬가지다. 둘 다 옳은 길로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서, 둘 다 살리자고 심판해야 하는 것이지, 누굴 죽이고 누굴 멸망시키려는데 심판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며 “언제까지 이런 훈계를 해야하나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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