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광화문과 서초동, 두 공간 외에는 없는 것입니까”(‘시대전환’ 김보람 준비위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행되는 4·15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에서 창당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작지만 의미있는 가치정당’을 지향하면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 원내 진입을 꿈꾸는 이들이다.
◆“욕하지 말고 직접 나서보자”며 나선 사람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30∼40대 직장인들을 주축으로 생활정치플랫폼으로서의 정당을 표방하는 ‘시대전환’ 창당선포식이 열렸다.
시대전환의 공동대표인 조정훈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소장은 단상에 올라 “시대전환은 3040이 주축이 돼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판을 갈아 앞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와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기존 정치권에서 들어와라, 한 자리 주겠다라는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지만, 저희는 그런 간택을 거부하고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나서려 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인 이원재 랩2050대표는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사람들의 일자리는 없어지거나 불안정해지는 등 굉장한 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솔루션’(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성 정당을 질타했다.
그는 “제1야당은 ‘반문연대’를 말하면서 어떤 한 사람을 반대하자고 하고 있다. 여당은 (정책공약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지진이 일어나는 땅 위에서 나무를 옮겨야 할 때, 나무의 가지를 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을 겨냥해서도 “외국에 오랫동안 있다가 한국에 돌아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보를 하겠다? 메시아 정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시대전환 공동대표로 나선 조 소장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케이스였고, 안 대표는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의 ‘진심캠프’에서 정책기획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일자리와 교육, 공동체의 미래, 기본소득에 대해 토론해 온 끝에, 이같은 이슈들을 해결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창당을 결의했다고 한다.
이날 창당식에서는 시대전환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단상에 올라 “분열을 먹고 사는 정치의 판을 바꾸고 싶다”, “촛불혁명이 자랑스러웠지만 최근 조국 장관 사태로 광화문 서초동으로 분열된 현실에서 어느곳에도 공감할 수 없었다”, “타다 사건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로 또 같이 “힘 합치자” 결의
창당 선포식 현장에는 다른 소규모 정당 또는 정당추진모임들도 모였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마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대표는 “1만7000명의 당원을 모았고 이 가운데 80%가 2030세대”라며 “다가오는 총선은 시대를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래당, 청년의제와 관련해 좌우연합 협치를 내세우는 ’전국청년정치네트워크 좌충우돌’, 모두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등도 참석해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창당식에는 안철수 전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성식 채이배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원내진입을 위해선 정당 지지율 3%를 넘어야 한다는 벽은 여전하나 이들은 유럽의 군소정당들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도가 시작되는 데 대해 의미있게 평가했다. 스웨덴 정치를 연구해온 하수정 북유럽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럽에서도 원내 진입을 위해서는 정당 지지율을 4% 정도 얻어야 하지만, 그에 도달하지 못해도 당이 없어지지 않고 꾸준히 간다”면서 “제도가 바뀌면서 비례대표를 통해 의회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창당 움직임들이 있는데, 원내진입을 하지 못하더라도 해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하 소장은 “정당의 목적은 원내진입만이 목표가 아니라 추구하는 이념과 이상이 있으면 계속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들의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