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증상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30일 NHK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체류 중 일본 정부가 마련한 1차 전세기편으로 29일 귀국한 일본인 206명 중 3명이 우한 폐렴에 걸린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3명 중 2명은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없었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 감염이 확인된 일본인 3명 중 50대 남성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40대 남성과 50대 여성은 증상이 없는 상태다. NHK는 “증상이 없는 두 사람은 정부가 제공한 지바현의 호텔에 머무르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검사를 받았는데 감염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무증상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 2002∼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의 중요 차이점이다.
우리 정부는 증상이 없을 경우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무증상 감염자가 거리를 활보하면서 우한 폐렴이 대유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지역의료기능추진기구(JCHO) 오미 시게루(尾身茂) 이사장은 이날 후생노동성 기자회견에서 “증상이 없었지만 몸 안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어서 이것이 검사를 통해 검출된 것”이라며 “(증상이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전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히노시타 에이지(日下英司) 후생노동성 결핵감염과 과장도 “잠복 기간 중의 전염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며 “(무증상 감염) 확률이 지금까지는 낮지 않나 생각했으나 결과를 보니 (감염이) 더 일어날 수 있는 사태가 됐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29일 브리핑에서 “증상이 없을 때의 전파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내 우한 폐렴 감염 확진자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1명이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2차 전세기 편으로 이날 오전 귀국한 210명 중에서도 13명은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슈퍼 전파자(한 명이 다수에게 전염) 출현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보건 당국이 총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춘제(중국의 설)를 맞아 우한에서 고향인 안후이성 허페이에 온 22세 남성이 동창회에 참석한 뒤 동갑내기 친구 5명을 포함해 6명 전원이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 남성이 발열 등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례에 대해 증세가 뚜렷하지 않은 감염자와 몇 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 머무르는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30일(현지시간) 긴급 위원회를 열고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했다. 긴급 위원회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최근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후 열리는 첫 회의였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베트남, 일본 등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가 3건 확인됐다”며 긴급 위원회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적인 비상사태는 WHO의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질병이 국제적으로 퍼져서 다른 나라의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때 선포한다. 국제적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이 제한된다. 국제적 비상사태는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면 사무총장이 이를 토대로 최종 선포 여부를 결정하는 조치다. WHO는 앞서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사태 때 5차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쿄·베이징=김청중·이우승 특파원, 정지혜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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