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와 조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체적 과세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긴다면 기타소득이나 양도소득으로 볼지, 거래세를 매길지 등 각 방식의 장단점이 타진됐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상통화 과세방안’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를 맡은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긴다면 거래세나 양도소득세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세는 비교적 징수 편의성이 좋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외부에서 개인끼리 사고 팔 때는 거래세를 매기기가 쉽지 않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차익 산정이 난제다. 가상화폐를 팔아 20만원을 벌었다면 문제가 간단하다. 그러나 이더리움을 다른 가상화폐로 바꿔 이익이 생겼거나 채굴했을 경우 비용을 제외한 소득을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가 생긴다. 가상화폐로 집 청소 서비스나 물건을 산 경우에는 양도차익을 어떻게 볼지도 고려해야 한다.
납세자가 가상화폐로 얼마나 벌어들였는지 파악하려면 처음에 들인 비용, 즉 취득가액도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워낙 종류가 많고 시시각각 가치가 변하기에 실거래가 파악 방식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거래세는 겨우 생성된 암호화폐 시장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생각이기에 반대한다”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것 역시 투자 손실을 반영하거나 개별 납세자의 손익을 통산할 수 없기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가상화폐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안에 대해 “가상화폐의 주요 특징은 익명성으로 과세 거래의 포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취득가액 등 필요 경비의 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외국과 체결한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국내원천 양도소득에 대해 거주지국 과세원칙이 적용되기에, 가상화폐가 양도소득으로 과세될 경우 거주자에 대해서만 과세되고 대부분의 비거주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의 경우 스위스를 제외한 주요 국가의 과세 당국이 가상화폐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파악, 매매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가상화폐의 거래 빈도와 행태가 금융거래에 해당하면 소득세, 투자에 해당하면 자본이득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독일은 가상화폐를 1년 이상 보유하면 자본이득 과세가 면제된다. 1년 이내에 거래가 이뤄졌어도 규모가 600유로를 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600유로가 넘으면 25% 단일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사회적 연대 세금이 추가돼 실제 세율은 26.375%다.
스위스의 경우 가상화폐를 재산세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가상화폐 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잡소득)으로 분류해 최대 55%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세가 많아지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정책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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