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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40대 준비”…‘99억의 여자’·‘스토브리그’ 제2 전성기 배우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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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8 16:17:02 수정 : 2020-02-18 16: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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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2년 차 베테랑 배우…새로운 장르 끊임없이 도전 / 그의 최대 화두는 ‘신선함’과 ‘보편성’

KBS2 ‘99억의 여자’ 서민규(왼쪽 사진)와 SBS ‘스토브리그’ 유경택으로 분한 배우 김도현.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이는 그의 모습은 “배우는 천의 얼굴”이란 말을 실감하게 한다. KBS2·SBS 제공

지난 두 달간 일주일 중 나흘, ‘수목금토’ 밤을 책임져 온 사람이 있다. KBS2 수목극 ‘99억의 여자’에서 조폭 보스의 오른팔 서민규로, SBS 금토극 ‘스토브리그’에서는 드림즈의 전력분석팀장 유경택으로 분해 “배우는 천의 얼굴”이란 말을 실감하게 했다. 배우 김도현(43)에 대한 얘기다.

 

지난 14일 ‘스토브리그’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도현은 “처음 경험해 보는 꽉 찬 스케줄이었다”며 “두 작품 다 좋은 분들과 함께했고 많은 사랑을 받아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 도전한 뒤 처음 느껴 보는 행복이었다”고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스토브리그’는 이날 19.1%란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도현은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신선함과 보편성을 꼽았다.

 

“드라마든 연극이든 신선함과 보편성을 모두 지닌 작품이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야구단 프런트란) 스포츠를 만드는 회사원들의 시점으로 스포츠 이야기를 한 점이 신선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강한 보편성이 있는 집단의 이야기죠. (드라마가 대박 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전력분석팀 영수(윤선우)에게 장난삼아 지금 추세로 마지막 회 시청률을 분석해 올리라 했더니 한 34.7%인가. 세이버 매트릭스(야구 통계 분석 자료)는 그래서 안 된다고 했죠.(웃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미덕은 주·조연이 사실상 따로 없다는 데 있다.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비중과 상관없이 모든 배우들이 자기 에피소드를 한두 개씩은 갖고 있어요. 프런트 같은 경우도 어떤 팀 하면 딱 떠오를 정도의 강렬한 에피소드가 있는 게 행복했습니다. 한 회차 에피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연결돼 얽히고설키며 진행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유경택이란 인물도) 어떻게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역할인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생명력을 넣어 주셔서 감사하죠.”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도현은 “SBS ‘스토브리그’와 KBS2 ‘99억의 여자’ 모두 좋은 분들과 함께했고 많은 사랑을 받아 드라마에 도전한 뒤 처음 느껴 보는 행복이었다”며 “다양한 장르를 다 하면서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문 기자

그는 앞서 지난달 말 종영한 ‘99억의 여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지상파, KBS에서 시도됐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두 드라마에서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단순히 안경이나 의상, 헤어스타일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는 말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게 다다. 사실 똑같다”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서민규와 검사라든가, 유경택과 은행원처럼 비슷한 역할이었으면 (동시에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인물들이죠. 대사 투, 어미 처리도 달라요. 서민규는 ‘요’를, 유경택은 ‘다나까’를 많이 씁니다. 원래 ‘99억의 여자’ 대본에 서민규가 은테 안경을 쓴다고 돼 있었어요. 감독님이 ‘성실하고 정직한 느낌이 들 것 같다’며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죠. 그 느낌이 ‘스토브리그’에서 나온 겁니다. 유경택이 안경을 쓴다는 설정은 원래 없었어요.”

 

그는 데뷔 22년 차 베테랑 배우다. 새로운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나온 그는 1999년 연극으로 데뷔해 뮤지컬을 거쳐 2010년 KBS1 ‘근초고왕’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그런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도 신인”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배우 김도현. 이재문기자

“20대 때부터 40대를 준비했고, 40대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제가 청년 이미지에 어울리는 매력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대학 시절에도 40대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배우는 신선함과 보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본에 없는 디테일한 연기, 신선함으로 사람들 마음을 가져와야 하죠. 또 작품 메시지를 명확하게 던지는 보편성으로 마음을 울려야 합니다. 카메라에서는 또 다른 것들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어 여전히 배워 가는 단계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부터 연극, 뮤지컬, 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 하고 싶어요.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 합니다. 배우는 도마 위의 생선이니 좀 더 큰 도마 위, 좀 더 큰 레스토랑에 납품되는 생선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실제로 본 그는 서민규가 아닌 유경택에 가까웠다. 단, 유경택과 달리 다정다감하고 자상하면서도 유쾌하고 솔직했다. 그의 제2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 머지않아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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