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에 실시되는 영국 런던 시장 선거의 양대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런던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일본에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의 션 베일리 런던시장 후보는 2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코로나19로 계속되는 혼란을 고려해봤을 때, 나는 올림픽 준비위가 만약을 대비해 런던이 올림픽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올림픽 개최를 위한) 기반시설과 경험도 있다”며 “만약 내가 당선이 되고, 우리에게 긴급한 요청이 들어온다면, 런던이 또 한번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주최할 준비를 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개최했던 만큼 대체 개최가 결정되면 빠르게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일리 후보의 라이벌인 노동당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측 대변인도 지역지 시티AM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가능성은 작지만 만일에 요청되는 경우엔 런던은 과거처럼 적극적은 행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체 개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런던시장 후보들의 발언에 일본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에서도 ‘런던 올림픽’이 한때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NHK 등 일본 매체도 두 후보의 발언을 전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를 다시 검토하게 될지에 대해 “일본이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신뢰를 받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IOC, 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都)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선수나 관객들에게 안심하고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개최 준비를 착실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계올림픽 개막을 5개월여 앞두고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일본에도 퍼지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스포츠 행사와 각종 일반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는 28일~3월 1일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키로 했던 테스트 대회인 보치아 국제대회를 취소하고 운영 실태만을 점검하기 위한 무관중 행사로 진행키로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이 대형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월1일 개최되는 도쿄마라톤도 당초 3만8000명 규모에서 전문 선수만 참가하는 170명 규모로 축소했다. 대회 당일 일반 시민의 도로변 관람 자제도 요청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일 코로나19 확산 대응책으로 현시점에서 일률적으로 행사 개최를 자제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개최 여부를 주최 측 판단에 맡긴다는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가능성을 열어 놓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가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재의 감염 상황에 근거한 전문가 회의의 논의를 근거로 감염 확대를 막는 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국민과 사업주 여러분의 협력을 부탁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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