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요 DAEGU(대구).’ ‘#대구 파이팅.’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이런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 게재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의료지원과 성금 등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보고된 확진자 중 절대 다수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이 지역을 경계하는 반응도 나왔지만, 지역분열을 조장하기보단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목소리의 발원지는 SNS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SNS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대구 힘내라’, ‘#대구 파이팅’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방역 중인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과 따뜻한 배려로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한 유튜버는 대구를 찾아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는 영상을 촬영하고 게재해 호응을 얻었다.
대구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서로의 위생관리를 당부하며 차분하게 일상에 임하는 모습을 공유했다. 한 페이스북 계정은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아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소개했다. 이후 해당 계정을 본 대구 시민들의 주문이 이어지며 “덕분에 재고를 모두 처리했다.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는 댓글 반응이 달렸다. 지역 맘 카페에서는 대구 상황을 다룬 기사 등을 공유하며 “오늘도 방콕이지만 매일 더 나아질 것”, “긍정 마인드로 힘내자”, “대구 시민의 저력이 있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대구로 지원가는 구급차를 찍은 영상과 함께 “다들 고생이 많다”며 지지와 격려를 다지는 시민도 있었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이런 목소리에 반영해 페이스북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힘내요 DAEGU’로 교체했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대구의 마스크 부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날 마스크 221만장을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도 미르치과병원과 함께 마스크 1만6000개를 보냈다. 강원도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마스크, 보호복, 손 소독제, 살균제 등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대구에서 이월드, 동아백화점, NC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은 방역 물품과 생필품 지원 기금 10억원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DGB대구은행은 대구시와 경북도에 각각 성금 5억원을 기탁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대구 시민을 위한 성금을 접수하고 있다. 접수된 성금은 전염병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 코로나19 예방·방역·소독·검사·치료·긴급생계지원 등에 사용된다. 앞서 배우 이영애가 “대구 경제가 위축돼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며 5000만원을 기부했다. 영화 ‘기생충’ 등에 출연했던 배우 박서준도 “환자 치료에 필요한 기기를 구입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성금 1억원을 보냈다. 방송인 장성규도 5000만원을 기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많은 기관단체에서 온정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이 보내준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합심해 서로 의지하고 돕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구성·곽은산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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