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3월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대폭 축소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합훈련 취소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한국) 합참의장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로 인해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로 한·미 연합훈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정 장관도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박 합참의장이 향후 연습진행과 관련해 어떻게 할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박 합참의장이 축소 또는 연기, 취소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정 국방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각각 보고하면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내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측은 연기나 취소보다는 ‘축소’ 쪽에 무게를 둔 반면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연합훈련에 동원될 미군 장비들이 이미 국내 집결해 있는 상태”라면서 “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상 3월 연합훈련은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됐다. 병력이나 장비의 실기동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 게임’ 방식 훈련이다. 겉으로는 CPX 방식이지만,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기지에서 반입된 전차 등 지상 장비와 항공기 일부는 실제로 기동훈련을 한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SMA) 협상과 관련해선 “(분담금) 증액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공동 방위비용 부담에서 납세자에게 불공평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분담할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사드를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에 맞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도 인식의 차이가 있지만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타결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다양한 직간접적 방법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에 기여해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맞섰다. 그는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월부터 무급휴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통보와 관련해 “그런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했다.
박병진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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