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한 이른바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과 찰떡 같은 공조를 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민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심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민주당 일각의 비례민주당 창당 논의는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민주당 핵심 인사 5명이 서울 마포 한 식당에서 비례정당을 창당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선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뚝 떨어져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질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례정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심 대표는 “원내 1당을 미래통합당에 뺏기면 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당의 연이은 실책으로부터 빚어지는 초조함과 불안감의 반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된 것은 민주당이 원내 1당이어서 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농단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의 압도적인 의사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의 협력에 의해 탄핵이 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정말 국민의 뜻에 의해 탄핵 위기가 온다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진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발언은 문재인정부 초반 민주당과 정의당이 누린 ‘밀월’에 가까운 관계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는 장관 등 고위 공직자 후보로 지명된 인사를 정의당이 반대하면 그냥 낙마시켰다. 국회 의석이 10석도 안 되는 소수 야당이 100석 이상의 거대 여당을 ‘들었다 놨다’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의당이 임명에 반대하는 인사는 결국 낙마한다는 뜻에서 ‘데스노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후보자 시절 정의당이 그를 ‘데스노트’에 올릴까봐 염려한 정부·여당이 정의당에만 따로 인사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당은 경남 성산 지역구에 결국 후보를 내지 않았고, 이는 정의당 여영국 의원의 당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날 심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꼼수 비례민주당이 창당되면 중도 개혁층이 범보수로 돌아서고, 실망한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지역구 선거 참패는 명약관화하다”며 “민주당 지역구 선거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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