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 참 강한 사람들이고 당신들 국가는 위대하다. 그리고 그런 당신들이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와 직접 전화 통화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고위급 인사와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는 거기서 19년이나 있었고, 그건 아주 긴 시간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군의 철수가 모두의 이익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탈레반 고위급 인사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사진)라는 인물로 탈레반 내 정치 부문을 담당하는 최고위 인사다. 통화는 35분간 계속됐다. 이 통화는 미국이 2001년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부 간 이뤄진 첫 대화다.
두 사람의 전화통화는 최근 체결한 철군 협정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양측은 지난달 29일 14개월 내 아프간에서 미군 등 모든 외국군의 철군을 약속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에는 탈레반과 아프간 현 정부와의 협상 등 포괄적 평화협상도 포함됐다. 이를 위한 조치로 폭력종식,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사이의 포로 교환도 포함돼있다. 탈레반 포로는 약 5000명, 정부군 포로는 1000명이다. 원래는 오는 10일 교환할 예정이었으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탈레반 포로 석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탈레반은 포로가 석방되지 않으면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며 다시 군사 공세에 나섰고 지난 1일 군사 공세 재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전화통화를 확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폭력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폭력을 원치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고만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실제로 탈레반 지도자와 아주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도 폭력을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의 탈레반 달래기가 통할까. 전망은 밝지 않다. 아프간 정부 측은 탈레반과의 협상팀도 아직 구성하지 않았고 탈레반 측은 신뢰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인 포로 석방이 이뤄지기 전에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아프간 정부와 우리와의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프간 정부를 겨냥한 우리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협정에 따라 아프간 주둔 외국군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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