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특히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야만 하는 스포츠이벤트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동아시아 지역 대부분 프로스포츠가 중단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속속 무관중 경기 결정이 나오는 등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세계 최대의 프로스포츠 시장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프로스포츠 리그들도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프로야구(MLB) 사무국은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고위험국가로 분류된 지역을 지난 14일 이내 방문한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MLB 시설을 찾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사실상 이들의 구장 출입을 제한한 것.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에도 시범경기 등 일정을 정상 진행했지만 마침내 대응을 본격화했다.
일단 MLB를 포함한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 등 개막이 임박했거나 시즌이 진행 중인 리그들은 선수단의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최우선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종목은 리그를 중단하거나 경기를 연기해야만 하기 때문. 매 시즌 막대한 티켓 판매 수입과 방송중계권 수입을 올리는 해당 종목들 입장에서는 일단 리그 중단 사태만이라도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낸 셈이다.
이에 따라 NHL의 일부 팀이 8일부터 경기 후 클럽하우스를 폐쇄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어 대부분 종목이 클럽하우스 출입을 제한할 전망이다. NBA 사무국은 각 팀에 선수들과 접촉하는 구단 및 구장 관계자들 수를 줄이고 감염 검사를 진행할 시설을 물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역 내 감염 확산 등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를 대비한 논의도 시작됐다. NBA 사무국은 지난 7일 30개 구단에 보낸 메모 형식의 서한을 통해 ‘코로나 19 위기가 심각해질 경우 필요한 스태프만 참석한 가운데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NBA는 ‘무관중 경기에 대비해 경기 진행에 필수적인 인원을 선별하고, 선수와 심판들을 포함한 경기장 입장 인원에 대한 체온 측정 시설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 날 미국대학농구에서는 남자 디비전3 경기에서 첫 무관중 진행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리그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36·LA 레이커스)가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반발이 있지만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무관중 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런 흐름은 타 종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일 수많은 스타가 활약하며 전 세계 스포츠팬들을 울고 웃겼던 미국 프로스포츠도 코로나19라는 강적만큼은 막아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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