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하는 20대 회사원 A씨는 지난달 말 1300만원짜리 2015년형 아반떼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구매하는 과정에서 업체를 방문하거나 영업직원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순수 ‘비대면’으로 거래했다. 오토플러스의 중고차 브랜드인 ‘리본카’에 따르면 A씨는 저녁에 전자계약서를 작성한 후 카드로 결제했고, 이튿날 오후 최종 점검과 소독을 마친 차량을 자신의 집 앞에서 인도받았다. 직원과도 통화하지 않고 거래를 끝냈다. A씨는 10일 “여러 중고차 사이트를 알아보던 중 마음에 드는 차량이 있어서 바로 구매하게 됐다”며 “실제로 100% 비대면이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차량을 인도받게 되니 놀랍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도 비대면 서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성화된 온라인 마켓과 달리 고가의 소비재인 자동차의 경우 구매희망자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오프라인에서 계약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기존에도 홈페이지 등에 360도로 차량을 둘러보거나 여러 색상을 입혀보는 등의 서비스가 있었지만 결국은 매장을 방문하고 시승 등을 한 뒤 직원과 계약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상담과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르노삼성은 지난달 21일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차인 XM3의 사전계약을 했는데 12일 동안 접수된 계약량인 5500건 중 1000건 이상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계약한 케이스였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FCA코리아의 SUV 브랜드인 지프는 최근 비대면 구매를 위한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달 중 지프 홈페이지 비대면 구매를 통해 차량을 계약하거나 출고하면 최대 1490만원을 깎아주는 ‘어드벤처 데이즈’ 캠페인을 위한 것이다. 구매예정자가 이 페이지를 통해 구매 상담을 신청하면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견적을 상담받고 계약도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시승을 희망하면 원하는 곳에 소독된 시승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쌍용자동차는 이달 중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사전상담한 뒤 구매하는 고객에서 1.5% 추가할인(렉스턴 스포츠&칸 1%) 혜택을 제공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최근 온라인 구매하기 채널을 개설했다. 다음달 초까지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원하는 차종과 색상 재고 여부를 확인하고, 원하는 전시장과 지불방식을 결정하면 해당 전시장에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차량 견적을 받은 뒤 출고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半)비대면 거래는 예전에도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좀 더 다듬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업체 입장에서도 불황인 시기에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좋은 판촉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BMW그룹 코리아는 수리가 필요한 BMW 및 MINI 차량을 직접 전문 기사가 픽업해 수리·점검·소독한 뒤 고객의 집앞으로 인도하는 ‘안심 케어 서비스 캠페인’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보증 수리기간 내 소모품 교체·수리가 필요한 고객에만 적용됐지만 코로나 사태 등의 여파로 사고차 및 리콜 대상 고객까지도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조만간 비대면 서비스 관련 대응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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