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여 변종이 생기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류의 싸움은 끝나기 어렵다.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 발명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감염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확산의 위험성이 크고, 확산하면서 조금이라도 변종이 생긴다면 개발한 백신으로 치료되기 어렵기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30년 전 아프리카 자이르 모타바 계곡에서 출현했던 치명적 바이러스가 30년 후 급작스럽게 미국으로 확산하는 상황을 그린 영화 ‘아웃 브레이크’(감독 볼프강 페터젠)는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전 미국 록펠러대 총장 조슈아 레더버그 박사의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지구 상에서 인간이 지배계급으로 영위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다.” 아웃 브레이크는 ‘돌연한 질병이 발생하여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급증하는 사태’를 말한다. 영화 속 가상의 바이러스인 모타바 변종 바이러스는 혈구(적혈구, 백혈구)가 파괴되어 내장이 녹아내려 결국 눈, 코, 입, 귀 등으로 피를 쏟고 죽게 하는 치명적인 것이다.
주인공 샘 다니엘즈 육군 대령(더스틴 호프만)은 국방부 소속 군의관으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파견되어 있다.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고 있는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조사를 하게 된 샘은 치사율 100%의 모타바 변종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도 퍼질 수 있는 위험성을 정부 각료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세균전에 대비한 비밀무기로 사용하려는 육군 고위급 장교들은 군 보안유지를 위해 샘에게 이전발령을 냈다. 그 사이 밀매된 숙주 원숭이를 통해 이 원숭이와 접촉한 사람에게 발병이 되고, 공기 전염을 통해 빠른 속도로 미국의 한 마을 전역에 확산하기에 이른다. 샘은 상부 명령에 불복종하고 전염병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를 찾아내어 백신을 만든다.
코로나19 사태는 영화처럼 쉽게 낙관할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감염 예방과 면역력 기르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국가는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연구기반과 기술력, 문제에 대한 빠른 대처 등이 필요할 것이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인 "천천히 서둘러라"처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안전과 스피드 모두 필요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연습이고 훈련의 연속이다. 너무 공포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 방식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난관에 대처할 힘을 기르는 때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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