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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사진 빌미로 성착취에 범죄 동원까지…충격의 ‘박사방’

입력 : 2020-03-20 23:11:12 수정 : 2020-03-20 23: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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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16명 포함, 여성 74명 ‘노예’ 지칭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는 모습. 그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의 성 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20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박사방’에서는 구속된 20대 운영자를 비롯한 운영진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억대의 수익을 챙기면서 피해 여성을 다시 범죄에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운영진 가운데 미성년자도 여러 명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전날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모(20대)씨는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과 신체 일부, 전신 나체 사진들을 받아낸 뒤 다시 이를 빌미로 성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들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1단계 대화방은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의 가상화폐를 후원금 명목으로 받았으며, 누구나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도 운영됐다. 경찰이 조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현금만 1억3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74명에 달한다. 조씨는 피해 여성들을 ‘노예’로 지칭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씨는 또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뒤, 이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게시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명의 세 배를 넘어섰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조씨는 또 피해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 유포 등 자신의 범행에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방에서 자행된 범죄는 조씨 혼자 저지른 게 아니었다. 조씨는 박사방 일부 회원을 ‘직원’으로 부르며 조직적으로 범죄에 가담시켰다. 직원들에게는 자금 세탁이나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을 맡겼고 심지어 피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조씨는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고 직원들과 일절 접촉하지 않았다. 경찰은 조씨의 공범 13명을 검거해 그 중 4명을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중엔 미성년자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박사방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과 폐쇄회로(CC)TV 분석, 국제 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을 통해 조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달 16일 그를 체포했다. 체포 직후 조씨는 자신은 박사가 아니라며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범행을 시인하고 있다고 한다. 조씨는 총기나 마약을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전날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의 범죄수익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하고, 모든 범죄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경찰은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20대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착취물을 내려받거나 소지하고 있는 박사방 회원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박사방 유료회원들을 추적해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박사방 참여자 수가 많게는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텔레그램에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1∼8번 대화방, 일명 ‘n번방’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고, 이후 유사한 대화방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난해 9월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박사방도 그 중 하나다. n번방과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방들을 ‘n번방 사건’이라 통칭하며 국제 공조 수사를 촉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1일까지 21만9705명이 참여해 답변 기준을 넘긴 바 있다.

 

조씨의 검거 소식이 알려진 뒤인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 63만800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지금도 참여인원이 빠른 속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청원인은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며 “절대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말라”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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