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4·15 총선 투표율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2000년 이후 총선 투표율을 보면 16대(2000년) 57.2%, 17대(2004년) 60.6%였다가 18대(2008년) 46.1%로 뚝 떨어졌다. 이어 19대(2012년)와 20대(2016년) 때 각각 54.2%, 58.2%를 기록하며 다시 오르는 추세다.
이번 총선 직전인 2017년 대선 당시 투표율은 77.2%,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였다. 이는 역대 선거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과거보다 활발해진 재외국민 투표, 자리를 잡은 사전투표 등은 그동안 투표율을 견인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유권자들의 한 표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린 유권자들이 선뜻 투표소를 찾지 않아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여행 자제 등으로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 등이 혼재한다.
우선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태가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표율이 자칫 역대 최저수준으로 까지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60대 이상의 경우 보수 성향이 강한 만큼 이들의 투표 참여 저조는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에 불리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기를 꺼려 투표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60∼70대 이상 고령층에서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어 상대적으로 통합당에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투표장에서의 감염 가능성 때문에 노년층 중심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할 것은 없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대구·경북(TK)이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이라는 점도 변수다. 이곳 역시 통합당의 주된 지역 기반으로, 코로나19로 인한 TK 지역에서의 투표 위축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정치평론가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TK에서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 경우 정당투표에서 통합당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꺼리는 만큼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을 여유가 있고, 고령층 유권자일수록 투표 열기가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여행이나 휴가를 가지 못하니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라며 "고령층은 '투표 권력'에 대한 의식이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TK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취약 지역으로,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론'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여당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분노 투표'"라며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에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에 유리하다'는 기존 공식이 거꾸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총선까지 얼마나 진정되느냐에 따라 투표율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을 코로나19 사태에서 투표 대책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인 '슈퍼화요일'에 캘리포니아주 솔라노 카운티에서 적용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투표, 기존보다 넓은 투표소, 줄을 서지 않는 투표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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