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25일 한국인 근로자에게 무급휴직을 개별적으로 통보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전체 한국인 근로자 9000여명 중 절반가량인 5000여명이 강제 무급휴직 조치를 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한미군과 한국인 노조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한국인 근로자 중 무급휴직 대상자에게 순차적으로 ‘4월1일 무급휴직’을 개별 통보했다.
주한미군은 통지서에서 “귀하는 2020년 4월 1일부터 종료가 통지될 때까지 무급휴직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귀하가 보직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남은 자금이 없기 때문에 무급휴직이 결정됐다”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지연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또 한국인 노동조합 차원의 이른바 자발적 ‘출근투쟁’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통지서에 명시하고 “어길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인 노조의 단체행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을 ‘볼모’로 삼아 SMA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응식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노무조항을 이유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저희들은 그동안 불법감원, 부당해고 등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왔다”며 “방위비 협상 때마다 노동자들이 볼모가 되는 현실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연장하거나 조기 종료하지 않는 한 다음 달 23일까지 효력을 유지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군대의 보호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대한민국 및 주한미군 주변 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을 지속해서 살피며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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