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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착취 범죄 뿌리 뽑으려면 법 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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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6 00:01:11 수정 : 2020-03-26 0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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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동영상 제작·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조주빈의 얼굴이 어제 공개됐다. 전날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한 첫 신상공개 사례다. 그는 경찰서 현관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죄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는 플랫폼을 수시로 바꿔 가며 퍼져 나가는 특성이 있다. 조주빈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박사방’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바이러스처럼 확산된 변종 n번방이 부지기수다. 아동 성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해 유포하다 강원경찰청에 덜미가 잡힌 ‘제2 n번방’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이들은 미끼에 걸려든 아동 등 여성들을 협박해 가학적인 동영상을 찍은 뒤 돈을 받고 텔레그램으로 유포했다.

이런 악마적 범죄가 가능했던 것은 안이한 정부 인식과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지난 1월15일 국회 온라인 청원사이트에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 청원이 올라왔다.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지만 핵심이 빠진 졸속 입법에 그쳤다. 당시 상임위 회의에 참석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해 “자기(제작자)는 예술작품으로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딥페이크는 돈을 받고 지인의 얼굴을 포르노 배우의 몸에 합성하는 신종 성범죄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을 자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야 의원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반인륜적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먼저다. 이번 n번방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최대 동의 수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검찰도 어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를 구성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무엇보다 아동 성착취물 관련자를 엄벌하는 법 개정이 화급하다. 미국과 영국은 아동 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무겁게 처벌한다. 미국은 아동 음란물을 시청할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다스린다. 이런 영상 시청자를 처벌할 수조차 없는 우리 현실과는 대비된다. 이참에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해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엄벌하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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