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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문 사퇴 ‘공방’…통합당 “與, 국민 속여”vs 민주당 “총선 전 몰라”

입력 : 2020-04-23 16:41:02 수정 : 2020-04-23 19: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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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총선 이후’ 사퇴시점 못 박은 사퇴서 공개 파장 / 통합당 “총선 전 터졌다면 영향 컸을 것”…민주당 “전혀 몰라, 피해자 안정 위해 늦췄다더라”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가해 사실을 시인하며 전격 사퇴한 가운데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면서 “경중과 관계없이 용서받을 수 없다”고 사과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성추행 사건이 4·15총선을 앞두고 발생했고, 사퇴 시점을 조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의 사퇴 직후 미래통합당은 오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에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물론, 최근에는 여성비하와 욕설이 난무한 팟캐스트에 참여한 김남국 당선자까지 여성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도 불과 6개월 전 또 다른 미투 의혹이 불거졌던 전례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다. 주변 사람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 계산에 이용하고, 끝까지 부산시민과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려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개인 일탈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며 “법적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은 석고대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정오규 통합당 부산 서동구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정오규 통합당 부산 서동구 전 당협위원장은 “성추행 시기가 ‘4월 초’라면 21대 총선이 들어갈 무렵”이라며 “선거를 위해 숨기고 있었는지,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알고 있었는지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며 “황교안 전 대표는 말 한마디 잘못해 막말이라고 해서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선거기간 이 문제가 나왔다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민주당 측은 오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4일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오 시장을 당에서 제명할 방침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을 지켜왔다”며 “오 시장도 이 같은 원칙하에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출직 공직자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당내 교육 등 제도적 예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사무총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전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당이 알고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이 회견 계획이 있다는 것을 오전 9시30분쯤 부산시당으로부터 보고받고 알게 됐다”며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늦춰온 데 대해 부산시당은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밝힌 성추행 사건은 20여일 전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BS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는 4·15 총선 선거운동이 막 시작된 이달 초부터 20대 여직원인 피해 여성과 사퇴 여부에 대한 협상을 벌여왔고, ‘이달 안으로 공개 사과와 동시에 사퇴하라’는 여성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사퇴 시점을 4·15 총선 이후로 못 박은 ‘사퇴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총선 전 오 시장의 성추문이 터질 경우 그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판세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사퇴 시점을 조율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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