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42) 전 라임자산 부사장과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5개월에 걸친 도피 행각이 막을 내렸다. 사태의 내막과 함께 라임자산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부사장을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의 자금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투자해 주고, 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800억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성북구의 2층짜리 단독주택(연면적 191㎡)을 개조한 별장형 숙소에 은신 중이던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팀장을 붙잡았다. 20여명의 검거전담팀을 구성해 김 회장을 추적하던 경찰은 은신처 인근에서 잠복하다 오후 9시쯤 콜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던 김 회장을 먼저 검거했다. 김 회장은 짧은 거리도 3∼4차례 택시를 나눠타는 방법으로 그동안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은신처에서는 수억원의 현금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전날 라임자산 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에 넘겨졌다. 김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 혐의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먼저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경기도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160억원대 회삿돈 횡령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부터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라임자산 수사를 위해 그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붙잡히면서 라임자산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권력층과 라임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라임자산으로부터 거액을 투자받고 리드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박모 전 리드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범인 구모 대표이사에게 징역 4년, 강모 리드 영업부장과 리드 자회사인 오라엠 김모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리드에 라임자산 자금을 끌어다 주고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리드의 실소유주 김모 회장은 현재 도주 중이다.
이강진 기자, 수원=강승훈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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